코로나19 ‘국산백신’ 윤곽… “추가접종 대응·백신주권 기여”

글로벌 기업 백신, 식약처 허가 4개·WHO 긴급승인 8개
추가접종, 원칙적으로 기존 접종 백신과 동일 제품 사용
SK바사 “해외 수요 여전… 주기적 접종 필요할 것으로 예상”

기사승인 2021-11-19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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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산백신’ 윤곽… “추가접종 대응·백신주권 기여”
SK바이오시언스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GBP510’ 시약.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국산 백신’의 윤곽이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백신보다 뒤쳐졌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대응할 수단을 확보했다는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국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한다는 것이 회사 측 목표다. 식약처는 ‘우리 백신 프로젝트’와 ‘고(GO)·신속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존에 180일이 소요된 허가심사 기간을 약 40일로 단축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가 내년 1분기에 허가를 신청하면, 2분기 안에는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GBP510이 허가를 받으면, 최초의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수식어를 얻는다. 현재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관은 △SK바이오사이언스 △국제백신연구소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HK이노엔 △아이진 등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기업 이노비오의 후보물질 ‘INO-4800’를 공동개발하는 국제백신연구소를 제외하면, 총 10개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했다. 3상을 실시해 백신 완성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며, 나머지 9개 기업은 1상, 또는 2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빨랐지만, 국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후발주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고 대규모 접종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등 4종으로, 모두 글로벌 기업이 개발했다. 가장 먼저 국내 도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일은 올해 2월10일이다. 이어 화이자 백신은 3월5일, 얀센 백신은 4월7일, 모더나 백신은 5월21일 허가됐다. 이달 15일 식약처 심사를 신청해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노바백스 백신을 제외하면 수입 백신들은 올해 상반기 모두 상용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개발 백신은 출시 직후 국내 대규모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비율은 18일 기준 78.5%로 집계됐다. 18세 이상 접종대상의 완료자 비율은 90.7%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8~9명은 이미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다는 의미다. 최근 고령층, 고위험군,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3차 추가 접종이 시작됐지만, “원칙적으로 추가 접종은 기존 1~2차에 접종했던 백신과 동일한 제조사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정책이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전략도 만만치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약처 허가 신청과 별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전적격성평가(PQ)를 접수할 계획이다. WHO의 긴급사용승인목록에 오른 코로나19 백신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한 국가에 대규모 공급될 수 있다. GBP510가 긴급사용승인목록에 등재되면 해외 판로가 보장되는 셈이다. 하지만 WHO는 지난해부터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인도혈청연구소 △시노팜 △시노백 △바라트 바이오테크 등 8개 백신에 긴급사용승인을 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2차 접종 이후 부스터샷(추가접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2차 접종률이 저조한 국가가 적지 않아, 여전히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해마다 유행이 반복되는 계절 독감과 같은 양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견해가 국내외 의학계의 중론”이라며 “앞으로도 일정한 간격으로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한 시기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신 주권 확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드러냈다. 향후 신종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GBP510의 개발에 적용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면 해외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백신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단순히 백신 물량을 확보한 국가와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국가의 상황은 차이가 크다”라며 “(코로나19 백신) 국내 개발은 당장 코로나19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감염병 자력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GBP510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협업해 개발한 합성항원 백신이다. 민간국제기구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개발 비용을 지원받았으며, 백신에 첨가된 면역증강제에는 글로벌 기업인 GSK 기술이 활용됐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