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핵인싸와 핵폭탄 사이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1-11-24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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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핵인싸와 핵폭탄 사이 [기자수첩]

최근 SNS에서 가장 핫한 ‘셀럽’을 꼽으라면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꼽힌다. 재치 있는 입담에 ‘용진이형’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무려 70만명 이상. 상당한 팬 층이 생겨나 그의 영향력은 이제 왠만한 인플루언서가 울고 갈 정도다. SNS에 음식과 운동 사진 등 일상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소신마저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다.

‘핵인싸’와 ‘핵폭탄’. 정 부회장의 SNS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대중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트렌디한 재벌이란 평가도 나오는 반면, 괜한 논란을 만들어 오너리스크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정 부회장은 SNS ‘외줄 타기’의 달인이다. 경솔함과 유쾌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최근에는 ‘공산당 발언’으로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15일부터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난 공산당이 싫다’는 글을 닷새 동안 여섯 차례나 연이어 올렸다. 중국 불매운동 등 반감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정 부회장은 “콩(공산당)이 싫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정 부회장도 할 말은 있다. 내가 이렇게 배워왔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지금. 공산당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개인 SNS 마저 사람들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가. 실제로 정 부회장은 계속해서 관심이 집중되자 인스타그램에 “나는 초, 중, 고등학교 때 이렇게 배웠다. 반공민주주의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는 국민교육헌장 일부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 상황은 그의 소신과 다른 모양이다. ‘공산당이 싫다’는 소신 발언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는 내림세에 빠졌다. 가뜩이나 증권가가 중국 소비 심리 부진을 이유로 신세계의 목표 주가를 하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불매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이외에도 앞서 지난 5월 정 부회장은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우럭과 랍스터 등 해물 요리 사진을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문구를 남겼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 부회장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광장에 남긴 추모 문구를 비꼰 것이며,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는 뜻이 담긴 것이라는 의혹을 보냈다. 

정 부회장의 SNS에 가장 속이 타는 것은 임직원들이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일터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니 마음 편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정 부회장을 두둔하면서 더 진흙탕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공들여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오너의 SNS에 의해 흠집이 나는 것은 상당히 힘 빠지는 일이다. 

과한 SNS 활용으로 겪지 않아도 될 위기를 자초한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다. 이는 권력과 자본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 1위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위기도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입에서 시작했던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최고경영자의 소통은 그만큼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지난 6월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이 거세질 당시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 올리는데,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라고 하니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고 반성(?) 했던 바 있다. 그는 “앞으로 가장 짧은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릴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도 덧붙였었다.

자중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다짐이 뒤늦은 후회가 아니길 바란다. 그의 말 몇 마디에는 신세계의 임원부터 이마트의 계산원까지 직원들의 생계가 걸려있다. 정 부회장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해야 할 사람들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의 ‘핵인싸’가 될까. ‘핵폭탄’이 될까. 아직도 두고 볼 일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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