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기자의 now & then [5회]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기사승인 2021-11-28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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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기자의 now & then [5회]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흑백 풍경 속에는 그리움과 향수가 가득 배어 있다. 쿠키뉴스는 오래 전 시간이 멈춘 듯한 정겨운 고향 마을과 도시 개발로 얼마 남지 않은 골목풍경, 근대문화유산, 전통의 맥을 잇는 사람들을 찾아 ‘레트로 감성 여행’을 떠난다.
우리의 전통무예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무예로는 세계 최초 등재된 ‘택견’의 본고장 충주 택견원을 찾았다. 택견의 보전, 보급,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충주시립택견단원의 구슬땀 흘리는 훈련현장을 돌아보았다.
라떼기자의 now & then [5회]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5회] ‘굼실굼실’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 택견의 본고장 충주 ‘택견원’ 찾아
- 충주시립택견단원 훈련 구슬땀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무예로는 세계 최초 등재
- 배려와 수비 위주의 예절 무예
- 학처럼 우아하게, 때로는 매처럼 재빠르게
- 보급 한계, 태권도처럼 제도권 진입 절실
- 흑백필름에 우리의 전통무예 담아
라떼기자의 now & then [5회]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1997년 택견의 원형보존과 전승 보급을 위해 택견의 전승지인 충주에 택견원이 건립되었다. 택견인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무예 수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택견은 상대방을 제압해 쓰러뜨리는 순간에도 다치지 않게 잡아주는 배려의 운동입니다.” “운동적 측면에서는 곡선과 직선이 결합된 부드러운 형태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운동량이 많으면서도 몸에 무리가지 않는 우리 전래의 건강과 정신을 겸비한 운동”이라고 충주시립택견단 신종근 운영부장(국가무형문화재 전승 교육사·48)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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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근(사진 좌측) 전승교육사는 “유희적인 몸놀림 자체가 택견이 호신의 무술임을 말한다. 택견이 상대를 제압하거나 살상 목적이라면 한 번에 끝내야 되는데, 공격보다는 방어가 먼저인 것”이라며 “순간적인 공격의 파괴력은 여타 무술과 견주어 절대 약하지 않은 것이 택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가을 햇살이 내리쬔 지난 18일, 충북 충주 시 중원대로에 위치한 ‘민족무예의 전당’ 택견원을 방문했다.
‘이크’, ‘에크’
안영(51) 훈련부장과 수석단원 정연중(39)의 구령에 맞춰 15명의 단원들은 택견원 실내훈련장인 전수관 바닥을 차고 오르며 힘차게 발차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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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무용적인 리듬을 갖고 있는 예술성 짙은 무예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고 손기술보다 발기술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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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실전처럼'  충주시에 위치한 택견원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어 있는 전통무예 택견의 보존, 보급, 홍보를 위해 건립했다. 한옥 양식 건물로 내부에 넓은 수련장이 갖추어져 있다.

이들은 단체훈련인 ‘본때뵈기’ 앞의 거리 8마당, 뒤에 거리 4마당, 별거리 8마당에 이어 상대연습인 마주메기기를 실전처럼 훈련한다. 틈틈이 역기, 바벨, 줄넘기, 벤치프레스로 체력을 높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나간다. 단원들 대부분은 택견 국가이수자이거나 국가전수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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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중(39) 수석단원이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채 씻을 시간도 없이 연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원들의 훈련강도가 높아질수록 조선시대 전통복장인 중의적삼(전수복)은 땀으로 적셔진다. 선수들의 예리한 눈빛과 함께 전수복에 새겨진 선명한 유네스코 마크가 보는 이의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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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미(30· 사진 우측) 충주시립택견단 단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택견을 배웠다”면서, “택견은 과격하게 하지도 않고 유연한 몸동작이지만 칼로리 소비량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특히 여성에게 권할만한 운동”이라고 택견의 장점을 이야기 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공연을 거의 못하고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루속히 공연이 재개되어 택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 유튜브나 온라인을 통해 택견 홍보에 힘쓰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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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국내외 타 무예와 달리 자연스러운 손발 근육의 움직임 속에서의 부드러운 곡선의 몸놀림으로 상대의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독창성을 지녔다.

지난 2011년 한국 전통무예인 택견이 역사성과 고유성, 인류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아 순수 무예로서는 세계 최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어서 브라질의 카포에이라, 카자흐스탄의 카작 쿠레스, 중국의 태극권 등 다양한 무예가 무형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한국의 전통 레슬링인 ‘씨름’이 남북한 공동 이름으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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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원 초입 잔디밭에 세워진 송암 신한승 명인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단원들

충주시립택견단은 택견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해인 2011년 4월, 우리의 택견의 보전, 보급, 발전, 홍보를 위해 건립되었다.
고구려 시대 이전부터 성행한 것으로 추측되는 택견은 조선시대에는 단오, 백중 등 명절에 씨름과 함께 민속놀이 형태로 유지되었다. 신윤복의 대쾌도(大快圖)에는 씨름과 택견으로 추정되는 놀이 장면과 이를 구경하는 무리들의 크게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을사년(乙巳, 1785년)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마당을 그린 이 그림을 통해 조선시대 택견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가라데와 유도가 유입되면서 쇠태했다. 해방 이후 조선 말기 택견꾼 임호(林虎)로부터 택견을 전수 받은 송덕기(宋德基) 명인과 근대 택견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신한승(辛漢承) 명인에 의해 고유한 전통적인 기법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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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택견예능보유자 3인(좌로부터 송덕기 명인, 신한승 명인, 정경화 명인)

1983년에는 택견이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고 신한승(1928~1987)명인은 스승인 송덕기(1893~1987) 선생과 함께 인간문화재 택견보유자로 지정된다. 뒤이어 1996년에는 정경화(68) 명인이 국가무형문화재 택견보유자로 지정되었다. 현재 택견 단체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택견보존회와 한국택견협회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대한택견회가 있으며 그 외 결련택견협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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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유연하고 율동적인 동작인 ‘품밟기’라는 우리 고유의 독창적 보법(步法)을 중심으로 상대를 발로 차거나 넘기는 기술을 사용하는 전통무예이다.

아버지가 택견 관장이어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택견을 배웠다는 충주시립택견단 천석영(27) 단원은 “우리사회가 진학과 취업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택견을 배워서 어느 정도 숙련자가 될 법한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떠나는 아쉬움이 있다” 면서, “민족무예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택견의 저변확대를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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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문화재 지정을 받아서 훈련장을 도장이 아니라 ‘전수관(傳修館)’이라고 부른다.

- 택견(Taekkyeon, a traditional Korean martial art)은
태껸으로도 불리는 ‘택견’은 율동적인 동작인 ‘품밟기’라는 우리 고유의 독창적 보법(步法)을 중심으로 상대를 발로 차거나 넘기는 기술을 사용하는 전통무예이다. 택견은 곡선을 그리며 굼실거리는 몸동작으로 상대방에게 공격 기획을 주지 않다가 순간 상대를 차거나 던지기는 기술을 구사해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제압한다.
태권도의 직선적 발차기와 달리 택견은 부드럽지만 역동적 동작으로 힘을 내는 발차기와 씨름과 유사한 독특한 넘기기 기술을 동시에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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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신속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지만,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상대를 물러나게 하는 비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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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택견 전수자의 우아한 몸놀림은 한 마리의 학 같지만, 탄력적인 공격 기술은 매와 같이 빠르고 강력하다. 택견은 자신보다 상대를, 개인보다 집단을 배려하도록 가르친다. 또한 택견은 신속하게 상대방을 제압하지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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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2011년 91회 전국체육대회 이후 10여년 가까이 시범종목에만 머무르다 지난해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지난 10월 29일 ‘세계무예마스터십’, 10월 30일 ‘대통령기 전국택견대회’ 등 굵직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 택견의 기술과 수련 방식

택견의 기본은 품밟기, 손기술(손질), 발기술(발질)로 크게 구분된다. 발질은 차기와 걸이로 세분화된다. 다른 무술에서 볼 수 없는 유연한 품밟기, 팔 동작인 활개짓, 발질은 상대로 하여금 공격 기회와 정신을 흩트려 놓아 기세를 둔화 시킨다. 굼실거리는 기본 동작은 충격을 완화해 적의 공격 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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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기자의 now & then [5회]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택견은 부드러운 곡선형 몸놀림으로 외적으로는 부드러워 보이나 내적으로는 파괴력 높은 무술이다.

택견을 수련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기본동작인 품밟기, 활개짓, 발질, 손질 등을 상대방 없이 혼자 익히기이다. 둘째, 마주 메기기는 둘이 마주서서 약속 하에 마주 차고 마주 걸고 하며 익히는 동작이다. 셋째, 견주기는 대련의 의미로 서로 맞서서 겨루는 것이다.
택견의 고전적 경기 방식은 패를 나누어 개인 연승제 형태로 겨루기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은 마당에 섶을 깐 위에 멍석을 펴고 그 위에서 실시했다고 전한다. 택견의 위계 표시는 타 무술에서 사용되는 ‘급’이나 ‘단’ 대신 ‘째’나 ‘동’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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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기자의 now & then [5회] 곡선의 전통무예 ‘택견’
야외훈련을 마친 단원들이 택견 정립자 송암 신한승 명인 동상을 배경으로 밝게 웃으며 전수관으로 향하고 있다.

-택견의 특징

첫째, 우리 고유의 질박함과 함께 부드러운 곡선형 몸놀림이지만 내적으로는 강력한 외유내강형 전통무술이다.
둘째, 품위를 유지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배려의 무예이다.
셋째, 걸고 차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공격과 방어가 조화를 이루는 우리 고유의 호신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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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 정경화(사진 우측) 명인과 신종근 전승교육사의 겨루기 장면(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인간문화재 정경화 명인은 “일반적으로 무예는 강하고 날카로운 것을 연상하지만 택견은 부드럽고 유연하다.”면서 “강하게 힘을 쓰는 무예일수록 생명력이 짧지만 택견은 생활무예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어떤 무예보다 생명력이 길다”고 말한다. 이어 정 명인은 “요즘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약한데 이들에게 기개를 불어 넣어 주고 인성교육을 위해서도 택견 같은 우리의 무예를 배워야한다.” 면서 “우리가 문화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 소중한 문화재가 후손들에게 전수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심신단련의 과목으로 선정해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주=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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