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시급한 희귀암 환자들, 유전자 변이에 맞는 마땅한 치료제 없는 상황”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실제 환자 접근성 개선 위해, 허가와 급여 프로세스 빨리 개선해야”
“정밀의학 종착점은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활용”
“국무총리 산하 또는 복지부에 암 환자 임상·영상·유전자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돼야”

기사승인 2021-11-29 09:21:28
- + 인쇄
“치료 시급한 희귀암 환자들, 유전자 변이에 맞는 마땅한 치료제 없는 상황”
강진형 교수는 “정밀의학의 마지막 종착점은 NGS 검사 시행이 아니라 여기에서 얻어진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제시하고, 이런 정보가 필요한 의료산업계에 제공해서 신약개발을 촉진시키는 것”이라며 “앞으로 임상시험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데이터베이스가 임상시험을 대신해서 치료제를 제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희귀암 환자가 약에 접근하기까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과정이 관련 규제기관들의 행정 프로세스 위주로 정립되어있어 어려움이 많다.”

지난 26일 병원 외래 진료실에서 만난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대부분 치료가 시급한 희귀암 환자들이 현재 당면한 문제에 대해 이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진형 교수는 “정밀의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분석을 바탕으로 한 세분화된 검사가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폐암과 같이 발생빈도가 높은 암종이 유전자 변이에 따라 나뉘어져서 희귀 난치암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는 2017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 환자들은 해당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보험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검사를 통해 발견한 유전자 변이에 맞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검사를 하더라도 그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으면 환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전체 검사가 더욱 보편화되면,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하는 표적치료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 평가 등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급여화 과정의 속도가 문제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우리나라 보험 프로세스 상) 허가와 급여 사이에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시급한 환자들이 바로 필요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런 중간 과정을 채울 수 있는 효율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희귀암 환자가 약에 접근하기까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과정이 관련 규제기관들의 행정 프로세스 위주로 정립되어있어 어려움이 많다. 현재 희귀암 환자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는데 급여가 되지 않거나, 혹은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한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나누어 △제약사의 NPU (Named Patient Use), EAP(동정적사용, Early Access Program) △응급상황·치료목적 사용 승인제도(긴급사용 승인) △임상시험 등의 방법이 있다.

이중 EAP(동정적사용, Early Access Program)는(제품/제약사마다 달라)불확실성이 있으며, 가능하더라도 치료제를 실제 환자가 사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안전성 정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 의료진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아 업무 과중이 있다. 응급상황·치료목적 사용 승인제도는 병원에서 코딩을 잡으면 시간이 단축될 순 있지만, 약제비용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강 교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임상시험이 있는데, 항암제를 공여해야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이 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시험’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현재 식약처에서 시판허가 후 심평원에서 보헙급여에 등재되는 치료제들은 앞서 진행된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로부터 얻어진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들은 지금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임상시험이 단순히 논문을 쓰고 학술 발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암 치료의 한 과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을 하기 위한 해법을 묻자 강 교수는 “실제 환자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허가와 급여 사이의 갭을 채우기 위한) 프로세스가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정밀의학의 마지막 종착점은 NGS 검사 시행이 아니라 여기에서 얻어진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제시하고, 이런 정보가 필요한 의료산업계에 제공해서 신약개발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임상시험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데이터베이스가 임상시험을 대신해서 치료제를 제시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보건복지부나 국무총리 산하에 암 환자의 임상정보, 영상정보, 유전자정보를 통합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고 희망했다.

현대의학의 새로운 의료체계인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발전에 따라,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의료 서비스시대가 도래했다. 정밀의학이란, 기존의 치료 개념과 달리 각 개인의 유전적 요소, 생활환경 및 습관, 질병력, 진료 정보 등을 고려하여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의학은 한 질환에 대해 평균적인 환자를 기준으로 표준화된 치료를 진행했다. 이는 어떤 환자에게는 매우 성공적인 치료 효과로 이어졌지만 다른 환자에게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정밀의학이 도입되며, ‘질환’을 기준으로 한 치료 대신 각 개인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게 됐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