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없이 매운 ‘방과후 설렘’ [볼까말까]

김예슬 / 기사승인 : 2021-11-29 1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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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과후 설렘’ 1회 방송화면. 참가자들은 1차 합격을 받아야 심사위원 앞에 설 수 있다. 그 전까진 스크린 뒤에서 무대를 이어가야 한다.

지난 25일 열린 MBC ‘방과후 설렘’ 제작발표회. 연출진은 ‘악마의 편집’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촬영분 자체가 매워요.” 그 말이 맞다. 편집이 맵기보다는 프로그램 포맷이 맵다. 자극적인 연출로 점철된 ‘방과후 설렘’이 28일 처음 방송됐다.

‘방과후 설렘’은 MBC가 새롭게 시도하는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다. 앞서 ‘극한데뷔 야생돌’, ‘최애엔터테인먼트’, ‘언더나인틴’, ‘킬빌’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나 줄곧 고배를 마신 MBC가 절치부심해 제작했다. Mnet ‘프로듀스 101’·‘언프리티 랩스타’·‘쇼미더머니 4’ 등을 연출하며 이른바 ‘악마의 편집’으로 맹위를 떨친 한동철 PD와 손을 잡았다. 그 덕에 방영 전부터 약 8만7000명 지원자가 몰렸고 해외 제작사로부터 투자금 3000만 달러를 제안받았다. 지난 9월부터 프리퀄 프로그램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을 방송했고, MBC ‘음악중심’에서 4주 동안 참가자들의 무대를 공개했다. 첫 방송은 150분으로 확대 편성돼 총 83명의 참가자가 입학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담았다.

MBC의 열렬한 비호 속에 첫 발을 뗀 ‘방과후 설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내세운 프리퀄에선 참가자와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등 착한 오디션을 표방하더니, 본편에선 언택트 관객의 1차 평가에 따라 참가자들이 준비한 무대가 심사위원에게 공개조차 되지 않는 등 파격적인 포맷을 내세웠다. 본 방송에선 편집되더라도 심사위원 앞에 설 수는 있었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골조를 뒤엎었다. 평단에 75% 이상 득표해야 심사위원에게 무대가 공개되고, 이들에게 3표 이상을 받아야 최종 합격하는 등 벽이 높다.

MBC ‘방과후 설렘’ 1회 방송화면. 심사위원으로 나선 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의 날카로운 심사평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때문에 ‘방과후 설렘’은 매워질 수밖에 없다. 실력이 있어도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했고, 실력이 부족하면 혹평을 받았다. 그 과정을 현장에 자리한 참가자들의 부모들이 함께했다. 이 매운맛을 담아내는 편집은 다소 늘어졌다. 감칠맛 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매운맛에 시청자 반응도 엇갈렸다. 김하리, 김윤서, 명형서, 김리원, 김현희 등 이미 팬덤이 형성된 참가자와 KBS2 ‘트롯 전국체전’ 3등 출신 오유진 등 익숙한 얼굴도 있다. 한 표를 갈구하는 팬들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뜨겁다.

□ 볼까

연습생들의 성장 서사와 심사위원의 촌철살인이 그리웠던 시청자라면 추천한다. ‘프로듀스 101’ 등 다수 서바이벌 예능에 출연한 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 심사위원의 평가는 공감을 준다. Mnet ‘스트릿우먼파이터’로 사랑받은 댄서 아이키가 심사하는 모습도 눈길을 잡아끈다. 매력적인 참가자가 많다. 새로운 ‘최애’ 아이돌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볼 만하다.

□ 말까

오디션이 차고 넘친다. 생존을 위한 경쟁에 피로도가 높다면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편이 낫겠다. 다른 오디션에 비해 불친절하다. 참가자들의 성장과 관계성을 프리퀄 방송으로 공개해, 본편부터 시작하면 대뜸 평가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매운맛에 염증을 느끼는 시청자라면 권하지 않는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