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5만 아미가 이룬 소우주…LA 공연 ‘대성황’ [쿡리뷰 in LA]

이은호 / 기사승인 : 2021-11-29 15: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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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서 단독 공연
5만3000여명 집결…"여러분은 마법이자 기적"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일곱 청년을 가로막은 쇠창살. 그 안에 선 그룹 방탄소년단은 말이 없다. 전 세계를 덮친 전염병으로 팬들을 만나지 못한 지난 2년이 감옥에 갇힌 듯 답답했다는 의미일까. 댄서가 휘두른 망치에 창살이 무너지자 방탄소년단은 무대로 걸어 나와 오랜 시간 속으로 끓여오던 열정을 토해냈다. “BTS is BACK!!”(방탄소년단이 돌아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공연은 그리움과 환희가 눈물과 환호로 다시 태어나는 곳이었다. 멤버들은 “여러분이 눈앞에 있다니, 꿈을 꾸는 것 같다”면서 “춤추는 덴 허락이 필요치 않으니 모두 미쳐보자”고 외쳤다.

2019년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서울 공연 이후 2년 만에 팬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5만3000여명의 ‘아미’(방탄소년단 팬덤)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대단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을 줄도, 함성을 멈출 줄도 몰랐다. 이곳에서 몸을 흔들고 저곳에서 발을 쿵쿵 구르자, 안마 의자 위에 앉은 듯 바닥을 타고 진동이 전해졌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온’(ON)으로 공연을 연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와 ‘쩔어’로 순식간에 스타디움을 달궜다. 머리카락은 금세 땀에 젖었다. 이날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2년 간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겠다”고 한 RM의 포부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일곱 멤버들은 공연 초반부터 누아르 영화 주인공처럼 카리스마를 뿜어내더니,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시작해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장엄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로 객석을 압도했다.

땅거미 진 LA는 겉옷을 여며야 할 만큼 쌀쌀했지만 RM은 “마침내 우리에게 봄이 왔다”고 말했다.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을 부르기 직전이었다. 그들에게 봄이란 아미와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좌절과 분노, 우울에 빠지기는 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올라 겪은 성장통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전염병에 일상을 빼앗긴 이들을 음악으로 위로했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만난 멤버들은 “많은 분들이 사랑과 응원을 보내줘서 오히려 우리가 더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라이프 고스 온’으로 시작된 2부 공연은 유쾌한 청춘 영화 같았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 신나고 달콤한 노래로 객석을 녹였다. ‘세이브 미’(Save Me)를 부를 땐 리프트를 타고 관객 가까이로 다가가기도 했다. 세트리스트 대부분 지난 10월 연 온라인 공연과 같았지만, 지난 번 공연에서 선보였던 ‘아이 니드 유’(I NEED U)는 이번 공연에서 ‘아임 파인’(I’m Fine)으로 바뀌었다. 어떤 험한 길도 이겨내겠다는 약속일까. “왜 혼자 사랑하고 혼자서만 이별해”(‘아이 니드 유’)라며 아파하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또 다시 쓰러진대도 난 괜찮아”(‘아임 파인’)라고 굳게 각오를 다졌다.

방탄소년단 공연 전경.   빅히트뮤직 제공.  

열정으로는 관객들도 지지 않았다. 환호성을 내지르거나 응원 구호를 외쳤을 뿐 아니라, 응원봉 아미밤을 활용해 객석에 ‘BTS’ ‘ARMY’라는 글자를 수놓았고 파도타기도 했다. 한국어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팬들도 적지 않았다. 무대 3면을 둘러싼 수만 명의 아미들과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일곱 멤버들은 그들만의 소우주를 이룬 듯한 모습이었다.

전날 공연에서 “우리가 총알(bullet)이고 여러분이 우리의 증명(proof)이니, 우리는 진정 방탄소년단(bulletproof)이 될 수 있다”고 말해 팬들에게 감동을 준 RM은 이날 “여러분은 제게 마법이고 기적이다. 여러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이라고 했다. 양 갈래 머리를 한 채 앙코르 무대에 나타난 진은 “우리와 여러분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영화를 위해서라면 나는 부끄러운 일이라도 뭐든 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영화는 인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LA(미국)=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