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외국인 투자소득 감추려 해”…조세회피처 거래 수두룩

-외국인 TRS거래 31% 케이만제도 등 이용
-한국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 일부 거래 및 소득 항목 누락
-수기 관리에 전산 기록 없어...국세청·금감원, 자금 파악 난항

기사승인 2021-12-02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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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증권사, 외국인 투자소득 감추려 해”…조세회피처 거래 수두룩
그래픽= 이해영 디자이너

국내 증권사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 이뤄진 주식 기반 총수익스와프(TRS)거래 자금 중 30% 이상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세청과 금융당국은 정확한 외국인 투자 소득 및 누락 세수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 대다수가 당국에 거래내역을 선별적으로 보고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금융사가 TRS 거래 기록을 전산이 아닌 수기로 하고 있어 실수와 조작이 가능한 점도 문제다.

2일 쿠키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식 기반 외국인 TRS 거래대금 중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국가와의 거래는 전체 자금의 31%대에 달한다. TRS는 투자자가 수수료를 내고 금융기관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이다.

국내 증권사와 거래를 한 역외펀드 및 기업의 역외자회사, 해외금융사 등의 상당수가 유럽연합(EU)에서 조세회피처로 규정하고 있는 케이맨제도와 홍콩,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 적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외국인과의 TRS 거래 대금 규모가 큰 국내 8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가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다. 조세회피처에 기반한 투자 전체를 탈세로 볼 수는 없지만, 해당 국가들의 낮은 세율을 악용한 탈세 목적 투자와 불법 행위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문제는 정부가 조세회피처로 흘러가는 ‘실제’ 외국인 TRS 자금 규모와 소득액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외국인이 받아 가는 TRS 소득에 국내에서 원천징수 돼야 할 항목도 다수 포함된 상황. 증권사들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에 전체 거래 및 소득지급액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거래 및 소득의 일부 항목을 누락하거나 고의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관계 당국에서는 증권사들이 외국인과의 TRS거래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외국인 TRS거래에 과세를 시도한 국세청에 대해 조세불복에 나선 가운데, 재판에서 불리한 점이 없도록 고의적으로 많은 자료를 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TRS 관련 자료제출 요청에 극히 비협조적이고, 제출하더라도 불성실한 자료가 많다. 통계를 내거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사실상 외국인에게 지급된 TRS 소득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TRS 거래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제출 명령을 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자료들이 왔다. 소득 및 거래에서 여러 항목을 누락한 경우가 수두룩했다”며 “국세청과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이니 (당국 요청에 제대로 응하는 것보다) 불리한 점이 없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 측은 “TRS 거래 현황을 작성한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매도에 이어 TRS도 수기거래…세수 유출 규모 파악 요원

더 문제가 되는 점은 많은 증권사들이 TRS 거래를 상당 부분 수기로 해서 서면 관리해왔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전산화하지 않은 기록도 많다는 것. 이 경우 감독 및 세제 당국이 TRS 기반으로 오가는 소득과 세수 유출 현황을 파악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인지 오류로 인한 실수나, 고의적인 수치 조작이 가능한 위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2015년도 이전 거래내역 전체를 제출 거부했다. 해당 기간 거래는 전산상 기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기로 거래해온 내역도 다수여서 전산화해서 제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들도 거래대금 수기 기록이 업계 전체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TRS 거래 자금을 수기 작성해 서류관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우리만 그런 게 아닌) 모든 증권사 다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증권업계 거래기록에 수기 및 서면 관리가 활용되는 점은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온 문제다. 특히 공매도에서도 수기 방식이 오래 유지돼 사고가 잦았다.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의 156개 종목 무차입 공매도 사태도 직원이 직접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증권사들의 TRS 거래 탈세 의혹에 대해 지난 10월 서울남부지검에 ‘조세범 처벌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7개 증권사를 고발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 수기 거래의 경우에도 한참 투자자 원성이 높았는데 TRS까지 수기 거래를 고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은 IT 기술이 고도화된 2021년이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으니 저렇게 하지 않겠나. 어떤 이점이 있길래 수기를 고집하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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