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뚱뚱한 것 같아” 아홉 살 사촌이 말했다 [쿠키청년기자단]

민수미 / 기사승인 : 2021-12-03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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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는 뚱뚱한 것 같아” 아홉 살 사촌이 말했다.

“요즘 좀 찐 것 같아. 살 빼야 겠다”. 평소 내가 늘 달고 산 말이다. 여자라면 모두 다이어트를 했고,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사회가 어깨에 지워준 그 짐은 너무도 무겁다. 어쩌면 영영 내려놓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일상 곳곳에서 여성은 몸무게에 대한 강박을 느낀다. 옷을 사는 작은 일에서도 좌절한다. 여성 기성복은 사이즈는 보통 S(44), M(55), L(66) 세 가지다. 더 있어도 XS, XL 정도가 추가돼 선택지는 5개 정도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XXS부터 XXL까지 최대 7단계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체형이 존재한다. 선택지가 적다.

여성복은 작다. 여성복 S 사이즈는 아동복과 분간이 안 될 때가 많다. 옷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여성은 자책하고 자신의 몸을 탓하게 된다.

사회가 만든 아름다움의 기준은 한 두 개가 아니다. 허리는 21인치에 허벅지 사이에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팔뚝살은 퍼져 있으면 안 된다. 여성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대상화하고 전시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보여지는 몸에 집착하다 보면 진정한 ‘나’는 온데간데 없다.

다양한 성격, 인종, 외모가 있듯이 다양한 체형이 존재한다. 사람마다 뼈, 근육, 키, 체질 등등이 다르기 때문에 체중계 속 숫자 자체는 의미가 없다.

아홉 살 여자아이도 느끼는 압력이 있다. 깨닫고 나니 모든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느 누구도 체중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주변인에게 의례적으로 건네는 체중과 관련된 ‘인사치레’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또래 친구들은 다이어트가 당연한 줄 알고 자랐다. 더 어린 여성은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짐을 덜어주고 싶다.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는 할 필요 없어. 우리 사회가 잘못된 거야”라고 말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비취 객원기자 gjjgi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