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참겠다" 군납농가들, 군부대 생활쓰레기 반입 저지

입력 2021-12-03 13: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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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지역 군납농가들이 지난달 19일 국방부앞에서 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도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국방부 군납 경쟁입찰 도입에 반대하는 군납농가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화천군 군납협의회는 20일부터 화천군생활폐기물종합처리장에서 국방부의 급식 경쟁조달체계 도입을 철회하는 무기한 집회에 돌입한다고 3일 밝혔다.

구납농가들은 이날부터 지역 3개 사단 등 주둔부대 생활폐기물 반입을 저지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생활폐기물종합처리장에는 하루 트럭 20대 분량의 군부대 생활쓰레기가 반입되고 있어 집회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부대의 쓰레기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또 화천군 위생관리사업소의 군부대 재래화장실 분뇨 반입도 저지할 예정이어서 장병들의 불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내년부터 기존 군납 수의계약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5년부터 전자조달시스템(경쟁조달)을 도입키로 하자 농가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강원 화천지역 군납농가들이 지난달 19일 청와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도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군납농가들은 국민의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는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일 화천지역 군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방부의 군납제도개선안을 촉구하는 트랙터 시위를 벌인데 이어 같은달 19일 청와대와 국방부 정문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갔다.

이어 오후 국방부 정문으로 이동해 열린 항의집회에서는 화천군 군납협의회장 등 비대위원 7명은 항의의 의미로 삭발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장병들의 부실급식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농업기반 붕괴가 강 건너 불 보듯 뻔한 전자조달시스템 도입을 철회하라고 울부짖었다.

농가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자 지역에서는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민군 간의 신뢰와 협력의 기반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원 화천지역 군납농가들이 지난달 3일 육군 7사단 정문에서 국방부 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도입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반세기 넘게 각종 규제와 통제로 희생해 온 주민들에 보답은 못할 만정, 농민들의 최후인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상호 화천군납협의회장은 "하루 아침에 군납제도 변경은 지역농민들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생업을 포기하더라도 강경하게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화천지역에서는 연간 74개 품목, 6070t, 216억원이 넘는 도내 최대규모의 농축산물이 군 급식에 납품되고 있어 가장 큰 농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화천=한윤식 기자 nssys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