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남편 한 달째 못 봐…집 좀 보내달라" 아내 호소

수방사 "휴가 주 단위→월 단위 한시적 변경"

기사승인 2021-12-09 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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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 박효상 기자

신혼인 직업군인 아내가 한 달째 남편을 보지 못했다며 그를 집에 보내달라고 군에 호소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1경비단 직업군인 아내의 제보'라는 제목의 글이 8일 올라왔다. 1경비단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의 예하 부대로 청와대 외곽경비를 맡는다. 

제1경비단 소속 군 간부의 아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코로나로 퇴근이 통제된 지 한 달이 넘어간다"며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A씨는 "이전 부대는 2~3개월 동안 코로나로 퇴근을 못했고 새롭게 근무를 들어간 부대는 (퇴근을 못한 지) 한 달이 접어들어가고 있다"며 "처음에는 금방 풀릴 줄 알았으나 풀릴 기미도 안 보이고 결국 한 달 동안이나 부대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군인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들도 퇴근이 통제돼 혼자 육아하고 혼자 집안일하고 혼자 집에 있어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남들 다 행복하다는 신혼생활에 저는 하염없이 남편을 기다리며 방에 혼자 외롭게 있다"며 "이제는 결혼했다는 것도 잊고 혼자 자치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울하고 괴롭다"고 말했다. 

또 "군인과이 결혼은 힘들다고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남편 생각에 하루하루 힘들고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가끔은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발 남편 좀 집으로 보내달라. 하루하루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지만 가정은 못 지키는 군인 분들, 항상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 투정부려서 죄송하다"고 글을 마쳤다. 

이에 수도방위사령부는 "일일 서울지역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바이러스의 부대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경계작전 임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부득이하게 간부들의 휴가(출퇴근) 방식을 조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방사는 "코로나 방역과 기본생활 여건 보장을 병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휴가(출퇴근)지침을 주간 단위에서 월 단위 휴가개념으로 조정했다"며 "복귀 전후 PCR 검사를 시행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변동 추이를 고려해 복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휘 관심을 제고해 나가겠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맡은 바 임무수행에 헌신하는 장병들과 그들을 내조하는 가족분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휴가 통제에 대한 불만글은 지난 5일과 6일에도 있었다. 

자신을 육군 6사단(청성부대) 포병여단 예하대대 복무자라고 밝힌 장병은 지난 6일 육대전에 "저희 사단은 3차 백신 접종 기간에 휴가가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고 하는데, 대대에서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의 휴가를 전면 통제시켰다"며 "가둬놓고 백신을 맞추는 게 인권을 존중한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고 그저 노예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보다 앞선 5일에는 해병대 모 부대 소속 장병이 "추가접종을 하지 않으면 휴가를 못 나간다고 휴가를 통제시킨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6사단 측과 해병대는 각각 "부대는 장병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3차 백신 접종 전후 기간 휴가 자제를 권고했다"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휴가를 통제하지는 않는다.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9개월동안 휴가 못 나온 병사도 있다. 아들 얼굴 가물가물하다" "너무하다" "말이 권고지" "군인들 정말 불쌍하다" 등 댓글을 달며 공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니 어쩔 수 없다" "군에 몸담고 있으면 어쩔 수 없다"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국방부는 페이스북에 "군은 최근 돌파 감염 사례 증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군 내·외적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해 장병 휴가·평일 외출은 현행 유지하되 휴가 복귀자에 대한 부대관리 지침을 일부 조정했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