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엘 푸이그, 키움의 갈증 씻어줄까

기사승인 2021-12-09 15: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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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엘 푸이그, 키움의 갈증 씻어줄까
LA 다저스 시절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야시엘 푸이그.   AP 연합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승부수를 던졌다. ‘악동’ 야시엘 푸이그를 영입하며 차기 시즌 대권 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키움은 9일 “푸이그를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총액 100만달러(약 11억7000만원)에 2022시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가 포함되지 않은 전액 보장 금액이다. 100만달러는 신규 외인 몸값 상한선이다. 키움이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인 100만달러를 꽉 채워 투자한 건 푸이그가 처음이다.

키움은 이전부터 푸이그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타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푸이그 영입을 추진했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푸이그의 의지가 강해 협상이 결렬됐다.

올해 역시 푸이그 영입은 난항이었다. 푸이그는 지난 7일 마이애미 지역 스페인어 매체와 인터뷰에서 “KBO리그 구단이 꽤 많은 금액을 제안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뛰더라도 미국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노사 합의 실패로 직장폐쇄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선수와 메이저리그 구단의 협상이 불가능해지면서 푸이그의 빅리그 입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고형욱 단장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직접 향해 푸이그에게 적극 구애하는 등 키움의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자 푸이그도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푸이그의 등장에 KBO리그도 술렁이고 있다. 2013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등을 거치며 통산 7시즌 8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834안타 132홈런 441득점 415타점을 기록했다. 이름값으로만 따지면 역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많은 야구 팬들도 푸이그의 KBO리그행에 놀라움을 표했다. 

키움도 푸이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키움은 지난 2년간 외국인 타자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테일러 모터, 에디슨 러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 윌 크레익 등 총 4명의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으나 모두 기대 이하였다.

2020년의 키움 외국인 타자 모터는 타율 0.114에 그치며 10경기 만에 방출됐고,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러셀(타율 0.254 2홈런 31타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시즌을 함께 출발한 프레이타스(타율 0.259 2홈런 14타점)도 조기 퇴출됐고, 올 시즌 중반 키움에 합류한 크레익은 61경기에서 타율 0.248 6홈런 30타점 2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03으로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야시엘 푸이그, 키움의 갈증 씻어줄까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야시엘 푸이그.   AP 연합

푸이그는 올해 멕시코리그에서도 타율 0.312 10홈런 장타율 0.517 OPS 0.926을 기록할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지금 기량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KBO리그에서도 통할 것으로 보인다.

푸이그는 키움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다. 키움은 2020시즌 후 김하성이 미국으로 떠나고 박병호가 최근 2시즌 동안 부진하며 중심 타선의 힘이 떨어져 있다. 키움은 올 시즌 팀 홈런 90개(8위), 팀 장타율 0.376(7위)에 불과하다. 팀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박동원(22개), 박병호(20개) 등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 생산이 저조하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25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을 갖췄다. 평균 장타율도 0.475에 달한다. 키움의 중심 타자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인성과 태도다. 푸이그는 빅리그 시절 불성실한 태도와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어 ‘악동’으로 불렸다. 이와 관련해 푸이그의 에이전트는 최근 정신적 문제는 약물 치료로 많이 개선했고, 성폭력 문제도 법적으로 모두 해결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키움 측도 “현지에서 푸이그의 경기를 보며 역시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했다. 티타임 등을 통해 몇 차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가정에 충실하고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하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가 큰 무대에 대한 도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량 외적으로도 우리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