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Antz, 1998)’와 수평적 조직(Horizontal Organization)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1-12-09 18: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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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Antz, 1998)’와 수평적 조직(Horizontal Organization)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개미(Antz, 1998)> 속의 왕국은 5백만 마리의 개미가 모여 사는 개미왕국이다. 이곳은 태어날 때부터 일개미에게는 망치(피지배계급), 병정개미에게는 투구(지배계급)가 주어진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의 골품제도와 같이, 계층(계급)이 구분되어 신분의 차이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수직적 사회다. 이러한 폐쇄적 거대집단 속에서 일개미로 태어난 ‘Z’는 병정개미의 감독 하에 평생 땅 파고 흙이나 옮기며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는 신분차별이나 부당한 명령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Z’는 발라 공주와의 사랑이 계기가 되어 평범한 일개미에서 우연히 영웅이 되었으나, 결국 진정한 영웅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 중의 하나인 ‘영웅 만들기’라는 점을 탈피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그들의 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수평적 사회를 만드는 수단이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필자는 이 영화의 내용을 수직적 조직(전체주의)의 붕괴와 수평적 조직(자유주의)에 대한 희망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이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조직(組織)에서 ‘組’(끈 조․구성할 조)자는 실 사(糸)에 많을 저(且)를 짝지운 글자로, 많은 실을 합쳐 ‘천을 짠다’ 또는 많은 실을 합쳐 ‘끈을 만든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고 ‘織’(짤 직)자는 실 사(糸), 소리 음(音), 창 과(戈)로 구성된 글자로, 창날이 마주치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실로 ‘베를 짠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직은 베를 짜서 옷감을 만드는 것과 같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동해나가는 체계’, 즉 ‘조직구성원이 공통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협동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경영조직이란, ‘기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동체계’이다. 목표달성 성과의 극대화와 기업의 존속을 위한 조건을 강화하는 것이 경영조직의 영역이다.

영화에서의 조직형태는 강력한 왕권중심의 전체주의 조직, 즉 수직적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수직적 조직(Vertical Organization)은 상위자의 권한과 명령이 직선적으로 하위자에게 전달되는 조직형태를 말한다. 반면에 수평적 조직(Horizontal Organization)은 몇 개의 핵심업무과정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모든 경우에 다 들어맞는 완전무결한 조직형태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탄력적인 수평적 조직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개미(Antz, 1998)’와 수평적 조직(Horizontal Organization)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영화에서 수직적 사회의 존속이 가능했던 것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맨디블’ 장군과 같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평적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Z’같은 자유주의 신봉자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말없이 성실하게 일만 하는 황소형, 시키는 일만 할 줄 아는 로봇형, 자신의 안전만 생각하는 조개형, 잔꾀에 밝아 진실성이 부족한 여우형, 스피드가 부족한 거북이형, 독선적이며 공격적인 상어형’ 인간(윤은기의 분류)이 아닌 정보화사회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창조적 인간’인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덧붙여 중요한 사실은 영화 속에 표현된,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신분의 차이를 극복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게 되고 우리는 왕국을 재건했죠. 이제야 난 내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원래 바로 내 자리인 줄 아세요?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내가 선택했다는 것이죠.”라는 말에 나타난 의미이다. 누구나 똑같은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분야이든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는 열린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몫을 찾을 수 있으며, 기득권층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라면 살 만한 사회일 것이다.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조직의 목적은 피터 드러커의 표현대로 “인간의 장점을 강화하고 그들의 약점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