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로 먹고살 수 있기를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1-12-15 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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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로 먹고살 수 있기를 [쿠키청년기자단]
 좋은 글의 절대 기준은 없다. 그래서 어렵다. 좋은 글로 먹고살기는 더 어렵다. 이것은 누구의 몫이기에 이렇게나 낯설까.

나는 스물세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 2년간 학내 여성주의 교지에서 글을 썼다. 교지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배워야 했다. 어설픈 지식으로 덤벼들어 썼다가는 A4용지 6장 분량의 반박을 들어야 했다. 애정 없이 누군가의 글을 오래 보고 또 반박할 수 없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진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다시는 받을 수 없을지 모를 그 애정에 대해.

열심히 책을 읽고 또 읽어 반박문이 3장 정도로 줄어들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해 가을, 교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헌방’이라고 불렀던 동아리방은 오후가 되면 감귤 빛으로 물들었다. 소파 먼지가 천천히 부유하는 그 공간에서 우리는 시간이 멈춘 듯 글을 썼다. 글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서로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해가 떨어진 뒤에야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몇 번의 밤을 새웠을까. 그렇게 ‘정정헌 41호’가 세상에 나왔다.

우리의 글은 시선을 끌지 못했다. 독자는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야심작이었던 ‘계보학적 역사 인식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한국의 닭 식육 문화’는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두운 상자로 들어가 지금까지 봉인됐다. 당연한 일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누구도 저런 글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백 보 양보해서 좋은 글이라 할지라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읽어주지 않아 의미가 없다는 말은 쓸쓸하다. 사람들이 읽는 글자의 양이 점점 줄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글을 쓰기 위해서 나는 더 말수를 줄여야 할까. 아니면 펜을 놓아야 할까. 이야기를 글로 옮길 사람이 없다면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까.

조수근 객원기자 sidekickroot@gmail.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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