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첫 정규음반…뉴아트 “이제 시작”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2-15 20: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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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첫 정규음반…뉴아트 “이제 시작” [쿠키인터뷰]
첫 정규음반을 낸 래퍼 뉴아트.   푸이 제공.

2018년 10월 충남 계룡에서 열린 제15회 지상군페스티벌. 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과 대성, 래퍼 빈지노가 군인 신분으로 한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자리에 래퍼 뉴아트도 있었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그는 행사 요원으로 파견돼 페스티벌 무대에서 랩을 했다. 뉴아트는 그 때를 잊을 수 없다. 공연을 위해 빈지노에게 특훈을 받아서만은 아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다시 세웠다.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음악을 향한 갈증도 커졌고요.” 최근 서울 합정동 푸이(phooey) 사무실에서 만난 뉴아트가 들려준 얘기다.

뉴아트는 ‘늦깎이 군인’이었다.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따고 20대 후반에 입대했다. 군대에선 생각할 시간이 차고 넘쳤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신의 앞날에 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바깥세상과 단절돼서인지 때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기도 했단다. “사회로 돌아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전역하면 정규음반 내서 다 찢는다’, 그런 생각이요. 하하하.”

그는 자신감을 추진력 삼아 성실함을 연료로 목표를 이뤄냈다. 전역한 지 2년여 만에 생애 첫 정규음반을 완성했다. 지난달 19일 낸 ‘널티버스’(Nultiverse)가 그 결과물이다. 음반 제목은 ‘뉴아트’의 머리글자 N과 ‘멀티버스’를 합성해 만들었다. 자신 내면의 다중 차원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의미다. 음반에는 뉴아트가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한 14곡이 실렸다. 14는 그에게 중요한 숫자다. 처음 음악에 발을 들인 뒤 첫 정규음반을 내기까지 14년이 걸려서다.

“고등학생이었던 14년 전, 유튜브에서 일본 밴드 엑스재팬이 ‘위켄드’(Weekend)라는 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와 대학 진학이 유일한 목표인 줄 알았던 그의 삶엔 기분 좋은 균열이 생겼다. “드럼과 피아노를 번갈아 연주하는 요시키(엑스재팬 리더)의 모습에 감명 받아서 저도 드럼을 시작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멤버를 모아 밴드를 결성해 3~4년 간 활동했죠. 그 때문인지 지금도 트랩처럼 비트가 강한 장르에 마음이 끌려요.”

14년 만에 첫 정규음반…뉴아트 “이제 시작” [쿠키인터뷰]
뉴아트 정규 1집 ‘널티버스’ 표지.   푸이 제공.

타이틀곡은 ‘기브 업’(Give Up)과 ‘투 더 월드’(To The World) 두 곡으로 정했다. 둘 다 뉴아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기브 업’에서 “여긴 눈을 감았을 때보다 더 깜깜해”라며 답답한 현실을 자조하던 뉴하트는 ‘투 더 월드’에서 “지켜봐 내가 어디까지 가나”라는 자신감을 랩에 실어 쏟아낸다. 뉴아트는 “자존감은 높지만 열등감도 가졌다”라면서 “스스로에 만족하지 않는 성격이고 더욱 잘하고 싶다는 갈증을 늘 느낀다. 그게 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뉴아트의 주특기는 ‘융합’이다. 강렬한 비트가 특징인 트랩을 바탕으로 하되, 퓨처베이스, 피비알앤비(PB R&B), 네오 솔 등을 뒤섞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신보를 작업할 땐 “나만 낼 수 있는 색깔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트렌드만 의식한 음악은 당시엔 아무리 멋져 보여도 2~3년만 지나면 올드하게 느껴지잖아요. 반면 아티스트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음악은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동료 래퍼들은 음반을 듣고 ‘열심히 작업한 게 느껴진다’며 그를 격려해줬다. 뉴아트는 “음반 매출보다 동료들의 인정이 더욱 큰 위안을 준다”고 했다.

2012년 데뷔해 10년 가까이 전업 뮤지션으로 살아왔지만, 뉴아트는 ‘널티버스’ 음반을 내고서야 “이제 시작”이라고 느꼈다. 첫 정규음반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군 전역 후 음악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단단해진 영향이 크다. 그는 “대중적인 인기나 매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늘 새로운 음악을 찾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돌이켜보면, 입대 전에는 각오만 있고 열정은 없었어요. 힙합에서 흔히 말하는 ‘리얼’(진짜)이 아니었죠. 지금은 달라요. 뭐든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제 음악을 청중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더욱 고민하게 됐어요. 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커리어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한 음반입니다. 이 음반을 발판 삼아 다음 발자국도 제대로 내딛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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