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미등록·낮은 투표율…‘첩첩산중’ 대학 선거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1-12-16 06: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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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미등록·낮은 투표율…‘첩첩산중’ 대학 선거 [쿠키청년기자단]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절반을 넘지 못해 5번 연속 무산됐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연말은 대학가에 선거 바람이 부는 시기다. 그러나 최근 후보자 미등록과 낮은 투표율로 대학 내 선거가 무산되고 있다. 학생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커져 학생자치가 붕괴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22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총학)를 뽑는 선거가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3월 보궐선거 당시 최종 투표율이 45.17%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총학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등록한 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서울대 총학 선거 잡음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선거에 단독 출마한 후보의 포스터 표절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선거운동원의 성추행 논란으로 선본 전체가 사퇴했다.

한양대학교는 4년이라는 긴 공석 끝에 총학이 꾸려졌다. 한양대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선거를 진행했다. 투표율은 52.36%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출범한 총학이지만, 50%를 겨우 넘는 투표율 탓에 ‘반쪽짜리 학생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대학교는 총학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권한대행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대는 지난달 5일 부산대 총학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부산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장단 선거 후보자 미등록 공고’를 게시했다. 후보자 미등록으로 2022년도 총학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총학 선거 무관심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채은(21)씨는 “매년 후보자 자질에 대한 의혹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을 믿는 유권자는 없다”면서 “자질 없는 후보자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선거에 참여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대에 다니는 김민수(20)씨는 “유권자가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후보자 공약이 뭔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부산대 재학생 최소연(22)씨는 “코로나로 후보자를 직접 만나 볼 수 없다”며 “실감이 안 나는 것도 선거 무관심의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자 미등록·낮은 투표율…‘첩첩산중’ 대학 선거 [쿠키청년기자단]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무산 공고. 서울대 총학생회
학생들의 총학 신뢰도도 문제다. 동아대 재학생 박주현(23)씨는 “총학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총학은 학생회비를 집행한다. 지금껏 학생회비 운용은 축제 사업이나 간식 배부사업 정도에 그쳤다. 학생들의 요구나 갈증을 파악하고 이를 총학에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이런 이미지가 됐을까 의문”이라고 밝혔다.

부경대에 다니는 최희수(22)씨는 “부경대의 경우 2019년 축제 예산이 타 대학보다 높게 책정돼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면서 “의혹에서 그친 사건이었지만, 이후 학생들이 총학에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과도 같다. 부정 인식은 학생들의 출마를 주저하게 한다. 당연히 선거에도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대학 선거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학생자치전환을위한모임 정책1팀 김나현 팀장은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져 학생들이 학생사회라는 영역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생회는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학 선거가 대부분 경선이 아닌 단선으로 진행하다 보니 관심이 줄어들었다”며 “일부 학생 대표자의 부정행위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생회 신뢰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이해지 집행위원장은 “학생회는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권리를 토론하고 공론화해 여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면, 총학은 이를 설명하고 해소해야 한다. 더 나은 방안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총학은 학우들이 신뢰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학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신뢰 회복은 물론 선거 참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서현 객원기자 brionne@naver.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