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 최현준 “피넛과 호흡, 처음인데도 느낌 좋아요” [쿠키인터뷰]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12-17 07: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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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최현준.   사진=문대찬 기자

‘도란’ 최현준에게는 순박한 냄새가 난다. 사투리 억양이 섞인, 느리지만 친근한 말투와 때묻지 않은 미소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소환사의 협곡’에서 최현준은 다른 사람이 된다. 라인 반대편에 선 상대를 공격적으로 물어뜯는다. 이런 지나친 공격성이 때론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그것 또한 최현준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2019년 여름 데뷔한 최현준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많고 많은 유망주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두 번의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무대를 거친 뒤 훌륭한 싸움꾼이 됐다. 

특히 올해는 그 기량이 만개한 해였다. 소속팀 kt 롤스터가 7위에 머물렀지만, 최현준은 최상위 팀의 탑 라이너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기량을 자랑했다. 시즌 중 만난 한 선수는 “최근엔 도란 선수의 게임 플레이를 눈 여겨 보고 배우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최현준은 지난달 23일, 최고 중의 최고만 모인 젠지e스포츠의 일원이 됐다. 인터뷰 스킬도 조금씩 성장 중인 최현준을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젠지 사옥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시즌 종료 뒤 어떻게 지내셨나요?

시간이 많았는데 특별하게 한 건 없어요. 몸 관리 하고, 자세 교정도 받고 게임도 하면서 그렇게 지냈어요. 자세 교정은 2~3년 정도 게이머 생활을 하다 보니까 몸이 건강해야 한다고 느껴서 올해부터 신경 쓰게 됐어요. 안 했을 때보단 확실히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롤드컵 경기는 챙겨보셨나요? 

주요 경기 위주로 봤는데 선수들이 다 너무 잘하더라고요. 다음에는 나도 저기 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특히 담원 기아랑 T1 경기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지난 시즌 소속팀이었던 kt 롤스터가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어요.

성적도 성적인데 개인적인 폼도 후반부엔 유지를 못해서 여러모로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도란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있다’는 선수가 유독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한 선수는 도란 선수의 리플레이를 돌려보며 연구도 한다더군요.

정말요? 저는 처음 듣는 얘기라. 신기하네요. 그런 선수가 있었다니 기분이 좋아요(웃음).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 2019년과 2020년, 그리고 2021년의 ‘도란’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2019년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데뷔를 해서 모든 게 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는 처음 주전으로 뛰면서 책임감이나 팀워크 같은 걸 배웠어요. 올해는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해요. 옛날보다 롤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높아진 것 같다고 할까요.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문대찬 기자

젠지로 이적을 선택했어요. 배경이 궁금한데요.

조건이 되게 마음에 들었고 멤버나 팀의 방향성 같은 게 많이 맞았던 것 같아요. 우승 등의 목표도 있지만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거기다가 감독, 코치님들을 비롯해서 편하게 부담감 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 모아주셨잖아요. 실제로 지금 엄청 편하고 생활하는 것도 좋아요. 아주 만족스러워요. 부족한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고 정말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 같아 고마워요.

젠지가 스크림에서 벌써부터 무서운 성적을 기록 중이라는 소문이 들려요. 

다들 잘하는 선수들이고 개인 기량이나 게임 이해도가 다들 높아서 지금은 체급으로 이기는 분위기예요. 하지만 다른 팀들도 합을 맞추고 하다보면 언제든지 양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하게 된 멤버들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피넛’, ‘룰러’ 선수와는 처음 한솥밥을 먹어요.

‘피넛’ 선수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되게 똑똑히 잘 풀어내서 엄청 든든해요. 호흡도 처음 맞추는 건데도 느낌이 좋아요. 생각하는 부분이 동일하다고 해야 하나요. 한 몸으로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룰러’ 선수는 피지컬이 좋고 원딜러로서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임무 수행을 빠짐없이 잘 해줘서 게임이 되게 편하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쵸비’ 선수와는 2년 만에, ‘리헨즈’ 선수와는 3년 만에 뭉치게 됐어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적에서 같은 팀으로 만나서 보니까 다들 예전보다 게임을 훨씬 잘해졌더라고요. 원래 친한 사이이다 보니까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재미있게 편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은 팀원들이에요. 

‘스코어’ 감독님과 ‘마파’, ‘무성’ 코치님은 어떤가요?

스코어 감독님은 감독 자리가 처음이시라 그런지 순수하신 것 같아요(웃음). 게임을 되게 잘 아시니까 능력은 있으신데 착하신 것 같아요. 마파 코치님은 되게 게임을 잘 보세요. 피드백을 할 때는 선수들이 불만을 안 가질 수 있도록 좋게 잘 얘기해주시는 편이에요. 무성 코치님도 마찬가지로 게임을 잘 보시는데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편하게 도와주고 계세요.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것 같아요.

한창 프리시즌이 진행되고 있잖아요. 어떤 부분을 눈 여겨 보고 있나요?

현재까진 그렇게 바뀐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바뀐 걸 꼽자면 ‘아크샨’이나 ‘요네’ 같은 챔피언들이 탑에서 유행을 하는 거예요. 아크샨은 신규 챔피언이라 성능이 뛰어나고, 요네는 ‘치명적인 속도’ 룬이 이번에 개편되면서 좋아졌어요. 원래는 미드에서 사용되는 챔피언들인데, 1대 1이 강력하다 보니 탑에서 쓰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탑은 1대 1을 자주 하니까요. 

바뀐 현상금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선수들도 꽤 있던데, 도란 선수는 어떤가요?

저는 그렇게 많이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현상금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운영 방식이 약간 바뀌기 때문에 그런 걸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슈퍼팀이 구성돼서 젠지가 무조건 우승해야 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부담스럽진 않나요?

한 명, 한 명 인기가 많은 선수들이라 팬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런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부담감을 가지기보다 그런 걸 즐기면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우승에 목마른 선수들이 모였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당사자들은 그런 걸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더라고요(웃음).

다음 시즌 경계되는 팀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T1과 담원이 멤버들이 좋고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 두 팀이 잘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엔 만만한 팀들이 없거든요. 시즌이 진행되다 보면 또 다른 경계 팀이 나올 것 같아요. 

T1과 담원의 탑 라이너는 신예 선수들인데요. 평소 이 선수들을 어떻게 보셨나요?

‘제우스’ 선수와 ‘버돌’ 선수 모두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피지컬이 좋아요. 나이가 어리면 잘 하거든요(웃음).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솔로랭크에서도 몇 번 만났는데 잘하는 것 같아요.

차기 시즌, 도란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일단 팀원들도 다 그렇겠지만 우승이 당연히 목표예요. 방심은 안 되고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다른 선수들이 저를 가장 잘하는 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잘하는 탑 라이너의 기본적인 역량은 라인전이예요. 다음 시즌에는 라인전을 조금 더 가다듬고 싶어요. 

끝으로 젠지 팬 분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이번에 많은 팬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