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원가연의 하루 [10대, 댄서를 꿈꾸다②]

기사승인 2021-12-24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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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빈·원가연의 하루 [10대, 댄서를 꿈꾸다②]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에서 댄스 크루 아너인사이드 멤버로 출연한 이다빈(왼쪽)과 원가연.   사진=박효상 기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이다빈과 원가연의 밤은 낮보다 숨 가쁘다. 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4시30분. 친구들은 교습 학원이나 독서실로, 두 사람은 댄스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긴다. 두 10대 소녀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스튜디오에서 힙합·왁킹·락킹·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 춤을 배운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연습실로 간다. 발을 구르고, 팔을 휘젓고, 허리를 꿀렁이고…. 집에 들어가면 자정을 넘긴 시간이다. 온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도 마음은 늘 상쾌하다. 이다빈과 원가연은 댄서다.

둘을 처음 본 건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에서다. 이다빈과 원가연은 브레이크 댄스팀 아너브레이커즈 소속 김소담과 팀을 이뤄 ‘스걸파’에 도전장을 냈다. “너의 모습 나의 모습 울렁울렁 두근두근 쿵쿵!” 세 사람은 자신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온 노래 ‘두근두근 쿵쿵’에 맞춰 올드스쿨 힙합 댄스를 선보여 심사위원 네 팀으로부터 합격 받았다. 무대를 본 댄스 크루 라치카의 리안은 “세 명이서 할 수 있는 구성 중 최대치를 보여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360º영상) 이다빈·원가연의 하루.   촬영=박효상 기자.

모니카·리정·리안 등 ‘스걸파’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 이 무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최근 서울 은평구 신사동 댄스인사이드 스튜디오에서 이다빈·원가연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같은 학원 수강생이던 두 사람은 ‘스걸파’ 제작 소식에 팀을 꾸리기로 의기투합했다. 비걸로 활동하며 각종 댄스 배틀과 공연 무대를 누비던 선배 댄서 김소담도 합류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날마다 새벽 연습이 이어졌다. 새벽 3시, 4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가는 날이 허다했다. “하루는 새벽 4시30분에 연습이 끝났어요. 집에 가서 씻고 나니, 학교 갈 시간이더라고요. 괜찮았냐고요? 졸려 죽는 줄 알았어요.” 원가연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2005년생인 두 사람은 그룹 엑소, 레드벨벳 등 3세대 아이돌 전성기에 유년을 보내며 자연스레 춤에 관심을 키웠다. 춤 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부모님 허락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춤을 추면 무릎을 자주 쓰잖아요. 키가 안 클까봐 걱정하셨대요.”(원가연) 설득 끝에 13세 때부터 춤을 배울 수 있었다. 원가연은 잠재력을 알아본 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일찍부터 댄스 크루 프로메사에 합류했다. 중학교 진학 후엔 두 배로 바빠졌다. 학업과 춤을 병행해서다. 교습 학원과 춤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2년여 간 이어졌다. “춤추느라 공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평소엔 괜찮았는데, 시험 기간 때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이다빈·원가연의 하루 [10대, 댄서를 꿈꾸다②]
원가연, 이다빈.   사진=박효상 기자.

댄스 입문 2년 차인 이다빈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업에 집중하길 바라는 부모님을 1~2년 간 설득해 지난해부터 춤을 배웠다. 각기 다른 학원 수강생들이 한 데 모여 춤을 배우는 댄스 워크샵에 참여한 뒤, ‘이게 춤추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에너지구나!’라고 느껴 댄서로 진로를 정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단정하고 얌전한, 흔히 ‘학생답다’고 여겨지는 모습을 벗어난 청소년 댄서들을 ‘불량해 보인다’고 규정하는 편견 탓이 컸다. 이다빈은 말했다. “우리는 그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뿐이에요. 안 좋은 길에 빠졌다가 춤 덕분에 돌아온 친구들도 많아요.”

두 사람은 ‘10대 댄서’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다빈은 “‘춤은 공부와 담 쌓은 애들이나 하는 거’라던 인식이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올해 방송가를 흔든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덕분이다. 원가연은 “‘스걸파’를 준비하느라 학교를 조퇴·결석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열심히 해라’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이다빈도 “이젠 ‘백댄서’라는 말보다 ‘댄서’라고 더 많이 불러준다”고 거들었다. 모니카는 ‘스우파’에서 “(춤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댄서라는 직업을 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와 같은 선배 댄서들이 일군 토양에서 10대 댄서들은 오늘도 꿈을 꾼다.

“춤을 출 때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신나는 안무에선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잔잔한 노래에 춤을 출 땐 제 캐릭터를 가라앉혀서 감성에 빠져들기도 해요. 그래서 재밌어요. 제가 연습한 결과가 정직하게 나타나기도 하고요. 제 꿈이요? 춤을 온전히 즐기는 댄서가 되고 싶어요.”(원가연)

“‘스걸파’ 심사위원님들을 보면 각자 캐릭터와 색깔이 뚜렷하잖아요. 저도 그런 댄서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되지 않는, 저만의 장르를 가진 댄서요.”(이다빈)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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