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VS 공공성...차기 은행장, 점포폐쇄 해법은

KB국민은행 노조, 이재근 행장 후보 반대 “점포폐쇄 주도”
비대면 금융,시대적 흐름 “금융소비자 접근성 더 높아질 것”

기사승인 2021-12-30 0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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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VS 공공성...차기 은행장, 점포폐쇄 해법은
사진=쿠키뉴스DB
대면 없이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점포 폐쇄 등 부작용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점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차기 행장으로 확정된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 후보자에 대한 노조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빅테크 금융의 성장으로 인한 은행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타 은행도 점포를 축소하고 있는 단계다. 

◇ KB국민은행 노조, 이재근 행장 후보자에 반발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근 행장 후보자의 경력과 내부 평판을 근거로 후보자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국민은행의 연평균 폐쇄 점포수가 10개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재근 부행장의 취임 후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 후보자가) 부행장으로 취임한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무려 83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올해 62개 점포가 추가 폐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금융산업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공성을 내팽개친 행위로 연령과 거주지에 따른 금융 소외계층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영업점을 오전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로 분리해 운영하는 ‘9 투 6 은행’ 확대와 관련해 노사 합의에 따라 대상점 선정해야 하지만, 이 후보자는 강압적이고 독단적으로 대상점 선정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이재근 행장 후보자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국민은행 류제강 위원장은 “대추위가 그를 두고 ‘수평적 리더십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는 해마다 직원들(노조)의 경영진평가에서 유일하게 60점을 밑돌고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시중은행 대부분 점포 감축 가속화

KB국민은행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점포 폐쇄는 ‘디지털 금융’이 가속화됨에 따라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실 점포 폐쇄 문제는 현재 시중은행 전체에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비대면 금융 활성화와 빅테크의 성장이 점포 감축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9 투 6 은행’ 확대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서비스 일환”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출장소 포함)는 179곳이다. 5대 은행이 연말까지 폐쇄를 계획한 지점도 72곳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3월 은행권이 점포 폐쇄 현황 등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해 사전 영향 평가를 의무화했지만 점포 감축은 지속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KB국민은행은 47개 점포를 추가로 폐쇄한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37개 점포를 없애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13개 점포를 없앤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4개, 10개 지점을 이달 내 폐쇄한다.

점포 폐쇄로 인한 은행과 소비자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폐쇄’를 둘러싼 은행과 주민의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결국 은행의 양보로 봉합됐지만 급속한 금융의 디지털화 속에 취약층의 은행 지점 접근성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은행도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시중은행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위기감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훨씬 크다”며 “금융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고, 시중은행도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