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橘)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입력 2022-01-07 18: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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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橘)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 원장
겨울이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귤은 밀감이라고도 불린다. 밀감은 꿀 밀(蜜), 나무 목(木) 옆에 단맛 감(甘)이 붙은 글자 감(柑) 자로 이루어진 글자로 그만큼 달고 감미로운 맛을 지닌 과일임을 알 수 있다. 귤과 밀감을 합쳐 감귤이라고도 불린다. 귤(橘)은 나무 목(木) 옆에 상서로운 꽃구름이라는 뜻의 율(矞)자가 합쳐진 글자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는 풍요로움과 상서로움을 상징한다.

귤에는 비타민C, 피로를 없애주는 구연산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자칫 비타민이 부족하기 쉬운 겨울철 과일로 으뜸이다. 또한 귤에는 비타민 P라고 불리는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존재하여 항산화, 항염증에 효과가 있다. 귤에 함유된 베타크립토잔틴은 귤보다 더 크기가 큰 오렌지보다도 약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타크립토잔틴은 인체내에서 비타민A의 전구체로 전환이 되어 프로비타민(Pro-vitamin)으로 활성화된다. 베타크립토잔틴의 항산화(Antioxidant) 작용은 폐와 기관지의 염증을 감소시키고, 당뇨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커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겨울철 건강관리에 더욱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실 부분만큼이나, 우리가 그냥 버리는 부분인 껍질에도 장점들이 많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성숙한 귤의 껍질을 진피(陳皮)라고 한다. 묵을 진(陳) 자에 껍질 피(皮) 자를 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진피는 오래 묵을수록 좋은 약재이다. 진피는 기운을 소통시켜 주고, 몸에 쌓인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하는 효능을 통해 위장기능을 도와 소화를 촉진 시키고, 구역질, 구토, 딸꾹질을 막고 기침과 가래를 제거하는 약효가 있다. 또, 물고기와 게의 독을 풀고 비린내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청피(靑皮)는 덜 익은 상태의 귤의 껍질을 벗겨 말린 약재이다. 

청피는 靑橘皮(청귤피), 靑柑皮(청감피)라고도 하는데 청피는 기를 흩어버리는 성질이 진피보다 강해서,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여 소화가 안되는 것처럼 느껴지며, 옆구리가 땡기고 결리는 현대인에게 특히 많은 스트레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귤(橘)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왼쪽부터 귤(橘), 진피(陳皮), 청피(靑皮). 사진=허브스토리메디신.

그리고 껍질 안쪽의 흰 부분만 제거한 나머지 부분을 귤홍(橘紅)이라고 하는데, 귤홍은 체내의 비정상적인 담을 삭이는 데 이용한다. 하지만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 또한 우리 몸에 유익하다. 그래서 귤에 먹을 때,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 특히 실처럼 보이는 귤에 붙은 흰색 부위를 떼지 말고 그냥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을 서양에서는 '알베도', 한의학에서는 ‘귤락(橘絡)’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헤스페리딘이라는 성분이 풍부한데, 헤스페리딘은 건강한 혈관 유지에 도움을 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또한 이 부분에는 변비를 해소하고 설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섬유질, 펙틴 등이 다량 함유되어있다. 

이렇게 보면 귤은 버릴 것이 없는 참으로 보배로운 과일인 것이다. 보통 귤은 알이 작은 것이 큰 것에 비해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는 편인데, 작은 소귤(小橘)이 아닌 큰 귤인 대귤(大橘)을 그린 그림을 종종 보게 된다. 대귤(大橘)의 발음이 ‘좋은 일, 경사스러운 일’을 뜻하는 대길(大吉)과 발음이 유사하여 이렇게 더 좋은 날을 기원하는 의미의 그림 소재로도 활용된 것이다. 

맛과 영양, 그리고 더 좋은 날을 바라는 그림의 소재로도 우리와 함께 하는 달콤하고 새콤한 귤 맛을 즐기기에 행복한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