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 합창단의 겨울찬가

‘겨울 철새 한자리에’ 한강 당정섬과 팔당대교 일원

기사승인 2022-01-09 03: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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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 합창단의 겨울찬가
매년 겨울이면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원앙, 멸종위기종인 참수리, 흰꼬리수리, 호사비오리 외 흰죽지, 흰빰오리, 비오리, 청둥오리와 큰기러기 등 50여 종의 겨울철새 5천여마리가 찾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 하남 당정섬과 팔당댐 주변은 한강유역 최대 철새도래지
- 큰고니 비롯 호사비오리, 원앙 등 5천여마리 장관
- 참수리 촬영위해 초망원렌즈 수십 대 줄지어
- 당정섬과 마주한 고니전망대 생태나들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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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가족이 당정섬 인근 강가에 안착하고 있다.

올 겨울도 어김없이 팔당대교 아래 당정섬을 찾은 고니 가족이 파란 강물 위로 힘차게 뜨고 내린다. 삼삼오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던 고니들이 어느 순간 긴 목을 세우고 한참동안 합창을  한다.  12월 중순부터 추위가 이어지면서 팔당댐 상류부분이 일찌감치 얼어붙자 겨울철새들이 먹이터와 쉼터를 찾아 팔당댐 아래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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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활동을 마친 큰고니 무리가 따사로운 겨울햇살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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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의 비행 모습을 흰꼬리수리가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특히 팔당대교 아래 한강 당정섬 주변은 지난 12월 하순부터 큰고니를 비롯해 많은 철새들이 모여들면서 시민들과 탐조객, 생태사진가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며 스마트 폰 혹은 망원렌즈를 통해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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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에 보석처럼 빛나는 강위로 큰고니 가족이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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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과 예봉산 사이 위치한 당정섬 일대는 강폭이 넓고 주변 수심이 얕다. 한겨울에도 강물이 잘 얼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어류와 수서곤충, 어패류, 뿌리식물 등 새들의 먹거리가 풍부하다. 강 주변으로는 갈대숲 등 잠자리도 안정적이어서 겨울철새의 서식 환경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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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댐 상류지역이 이른 추위로 꽁꽁얼자 대부분의 큰고니가 당정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당정섬 건너편에 위치한 고니전망대를 방문하면 파란 강위로 무리지어 이동하는 고니가족을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1980년대 골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자연적 퇴적작용으로 다시 커지고 있는 당점섬은 도심에서 불과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수백 마리의 고니떼가 비상하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관찰 할 수 있는 한강유역 최대 철새도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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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당정섬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
하남시환경교육센터와 푸른교육공동체는 팔당댐에서 미사대교(선동습지)까지 지난 2021년 12월 30일, 하남 당정섬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 결과 52종 4548마리의 조류를 확인 했다. 특히 올해 팔당대교 주변의 큰고니가 최대 646마 확인되었다. 1994년 26마리가 확인된 이후 지속적으로 개체수가 증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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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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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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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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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함께 떠나지 못한 여름철새인 물총새가 당정섬 인근 산곡천 어도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있다.

매년 평균 300~400마리가 확인 되고 있었으나 올해 가장 많은 646마리가 확인 되었고 전체 종수와 개체수 역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타 지역의 개체수 감소가 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하남 한강 주변은 종수와 개체수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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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환경교육센터장 서정화 씨가 당정섬 건너편 자갈 둔덕에 큰고니를 비롯 겨울철새들의 먹이인 밀을 뿌려주고 있다. 푸른교육공동체와 하남시는 주2회 고니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비롯해 이들이 번식지로 돌아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먹이공급을 하고 있다.

서정화(59) 하남시환경교육센터장은 “수도권 한 복판에 이렇게 많은 큰고니가 찾아오는 것은 푸른교육공동체와 하남시가 10여년부터 꾸준히 큰고니를 위해 먹이 제공을 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면서 “지역 환경단체와 하남시가 지속적인 서식지 보전과 보호 활동이 거버넌스 차원의 유기적 협업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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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비오리 암수. 검은머리깃이 수컷이다.

이번 개체수 조사에서는 큰고니 외에도 멸종위기종1급으로 참수리를 비롯해 흰꼬리수리, 호사비오리, 큰기러기, 원앙, 흰죽지, 흰뺨오리 등 조사결과 멸종위기종 6종, 천연기념물 6종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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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뒷편)와 흰꼬리 수리가 먹이쟁탈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서 3~4마리 정도 개체수만 확인되고 있는 겨울 진객 중 진객인 참수리는 하남시 당정섬과 인근 팔당대교 주변에 매년 찾아와 겨울을 보내는 국내 유일의 참수리 월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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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참수리가 1차 사냥에 실패한 후 공중에서 물기를 털어내고 있다. 

팔당댐 아래 대포부대
“떴다”
지난 1월 4일 오전 10시반 경, 한 사진가의 흥분된 목소리에 잠시 한눈을 팔던 생태사진가들의 카메라는 동시에 강 건너 하늘 위에 뜬 참수리를 향한다. 소위 대포 렌즈로 불리는 400~800mm의 초망원 렌즈를 참수리에 핀트를 맞춘 사진가들은 기관총을 쏘듯 쉼 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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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대교 아래에는 참수리와 흰꼬리수리의 사냥장면, 먹이다툼 장면을 담기위해 평일에도 수십명의 생태사진가들이 초망원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하고 추위를 견디며 건너편 나무에 앉아 있는 참수리가 이륙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참수리가 잠시의 틈도 없이 강물 위로 직하강하자 수십 대의 대포렌즈들도 일제히 강으로 향한다. 참수리가 재빠르게 강준치 한 마리를 낚아채 비상한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참수리가 한발로 물고기를 단단히 움켜잡고 멀리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동시에 한숨이 이어진다. 맹금류는 배가 고프기 전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참수리 역시 많아야 하루에 한 두번 아니면 2~3일 만에 사냥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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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김응성(68) 남양주지회장은 “참수리와 흰꼬리수리는 모두 키가 1m에 육박하는 대형 맹금류이다. 멀리 1km 이상 떨어진 사냥감도 파악할 정도로 시력이 뛰어난 이들이 강물에 큰 몸을 내리꽂으며 물고기를 잡는 채는 순간은 정말 신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참수리와 흰꼬리수리의 활동영역은 팔당댐과 미사대교 사이 약 8㎞ 구간이다. 이 지역은 팔당댐에서 방류하는 물로 한겨울에도 강가 외에는 얼지 않는다. 강 중간 중간 물 위로 튀어나온 바위들은 새들이 먹이를 먹고 몸을 말리며 쉬기에 적당하다. 게다가 물고기와 어패류가 많아 잠수성 오리와 큰고니, 갈매기도 몰려든다. 이들이 잡은 물고기를 낚아채는 등 팔당댐 하류지역은 맹금류의 사냥터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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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가 사냥에 성공한 강준치를 날카로운 발톱에 움켜진체 먹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생태사진가 이재광 제공

이번 겨울 들어서 세 번째 방문 만에 참수리의 먹이사냥 모습을 멋지게 촬영한 생태사진가 이재광 씨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진다. 반면 잠시 길 건너편 자신의 차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던 한 사진가는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참수리 사냥 모습을 담기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지 벌써 일주일째인 이 작가는 명 장면을 담기 전까지는 안내려갈 생각이라며 아쉬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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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는 세계에서 5천여마리 밖에 남아있지않는 귀한 맹금류이다. 참수리는 행동이 조심스럽고 예민해 좀처럼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냥은 평균 하루에 한 번 정도 하는데 잠시라도 방심해 촬영에 실패하면 다음 날을 기약해야 한다. 생태사진가 이재광 제공

생태사진가들은 새들에게 가능한 눈에 띄지않기위해 카메라 렌즈는 물론 옷도 군복 차림의 위장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 간혹 오해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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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리 무리가 동료가 잡은 물고기를 빼앗기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광(61) 씨는 “조류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는 몇 년 안되었다. 오늘처럼 좋은 날씨에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멋진 장면을 포착했다.”면서 “정년퇴직 후 자연을 배우고 교감하면서 이렇게 기다림이 필요한 경우는 동료 사진가들과 여유롭게 덕담도 나누고 서로의 멋진 사진도 감상한다. 조류생태촬영은 좋은 작품활동이자 취미생활”이라고 말한다.

하남=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 서정화 하남시환경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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