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 “다른 직장 가라”, 세브란스병원 직장 내 괴롭힘 증언

기사승인 2022-01-12 10: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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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에 “다른 직장 가라”, 세브란스병원 직장 내 괴롭힘 증언
(왼쪽부터)강은미 정의당 의원, A씨,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 내 괴롭힘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한성주 기자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청소 노동자 사이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병원 측은 하청업체의 내부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세브란스 병원 내 괴롭힘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피해 당사자 A씨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동료들과 용역업체 소속 관리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입사 첫날부터 ‘귀가 안 들리면 간호사들의 부탁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으니 일을 하기 어렵겠다’며 ‘청소만 하면 되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식으로 퇴사를 권하는 말을 들었다”며 “수습 기간이 끝나고도 9일이 지난 뒤에야 출입증을 인증받아서, 그동안 다른 선배 언니의 (출입증)바코드를 빌려서 다녔다”고 말했다.

원치 않는 식사 대접도 강요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첫 월급은 원래 선배들에게 대접하는 것이라며 (동료 직원들이) 내 카드를 가져가서 통닭 23만원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업무 중 문제가 발생하거나,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해도 항상 청각장애인인 내 탓으로 덮어씌웠다”고 토로했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인 태가비엠은 원하청이 공모한 노조법 위반 부당노동행위로 병원 사무국장·사무팀장·용역업체 부사장 등 9명이 지난해 3월 기소돼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부당노동행위는 주로 민주노총 탈퇴 및 특정 노조 가입 종용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서 세브란스병원의 측정치는 평균치인 2.2를 크게 상회하는 4로 나타났고, 특히 노조참여 불이익은 모든 기관 통틀어 1위다”라며 “실제로 현장에서 터무니없는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는 등 조합원에 대한 표적 징계나 퇴사 회유 등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신입 청소 노동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과 폭언, 월급 갈취, 업무 몰아주기 등의 피해를 입었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사측과 고용노동부의 수수방관한 대응이다”라며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노동자 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과연 그 말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원청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난처한 입장을 표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장소만 병원 내부일 뿐, 사건과 관련된 사용자와 노동자는 태가비엠 소속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간섭을 하지 못한다”며 “협력업체는 엄연히 병원과 독립된 회사인데, 다른 회사의 경영에 대해 시정을 지시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