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쓰지 못하는 청년으로부터 [친절한 쿡기자] 

이소연 / 기사승인 : 2022-01-13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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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가 교정. 박효상 기자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 한 사람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보여줍니다. 소액을 주고 곳간을 가득 채워보라며 지혜를 시험하는 전래동화도 있죠. 때로는 정부의 나아갈 방향이 되기도 합니다. 예산을 보면 사회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가상 실험입니다. 261명의 청년에게 100만원씩 준다면 어떻게 쓸까요.

쿠키뉴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대 청년 261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청년에게 사회 불공정과 미래 불안, 외로움, 돈의 중요도를 물었습니다. 청년 과반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62.5%에 달했습니다.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달렸습니다. ‘30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52.9%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청년 10명 중 2명은 “고독하게 죽을까 봐 걱정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32.2%는 성공의 기준으로 행복, 자아실현 대신 재산을 택했죠. 

‘100만원을 주면 어디에 쓰겠느냐’는 물음을 통해서도 청년 생각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261명 중 50여명은 저축을 이야기했습니다. 불안한 미래를 대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은 돈이지만 주택 구입 자금으로 모으겠다”는 의견도 있었죠. 청년이 기댈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불었던 투자 광풍도 여전했습니다. 36명은 주식·펀드, 10명은 코인 투자를 위한 자금으로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직장인 이모(27)씨는 “또래 친구들도 모두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아직 목돈이 없어 투자하지 못했다. 자금만 마련되면 코인 투자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들 다수는 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선택지를 택했습니다. 어떻게 소비할지 대신 말이죠. 누군가는 ‘곳간을 채울 훌륭한 답변’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에게도 행복한 답변일까요. 

청년이 돈을 모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래는 불안합니다.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3.4%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약 3배 높습니다.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줄지 의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0.8명입니다. 연금을 타게 될 노인 인구는 늘고 있지만, 이를 낼 청년 수는 급격히 줄고 있죠.

돈이 없으면 대우받지 못한다는 인식도 여전히 팽배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86억원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해 형기의 60%를 채우고 가석방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유전무죄’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2018년에는 폐지를 줍는 노인이 절도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길가에 버려진 줄 알았던 종이상자를 주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종이상자에 감자 5알이 들어있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도 여전히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청년에게 단순히 1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청년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과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노인빈곤부터 사법정의, 노동존중까지. 얽히고설킨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