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이상반응 지원’ 통할까…학부모 ‘두 갈래’

3월 청소년 방역패스 예정대로
학부모 “방역패스 필요” vs “전면 해제해야”
정부, 백신 부작용 학생에 의료비 지원

기사승인 2022-01-18 15: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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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이상반응 지원’ 통할까…학부모 ‘두 갈래’
고3 수험생이 지난해 7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 백신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만 12~18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강행한다. 또 백신 중증 이상 반응을 겪는 학생들의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학생이 많은 가운데 전체 확진자에서 소아·청소년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가 방역패스 시설에서 제외된 만큼 접종을 더 고민하겠다는 반응과 제외 시설 내 감염을 걱정하는 반응이 나온다. 

18일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철을 앞두고 반발이 심한 방역패스 방침을 어느 정부가 이유없이 강행하고 싶을까 싶다. 아직도 하루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그간 학원, 독서실 등 주로 활동하는 곳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많이 나온 만큼 방역패스는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30대 주부 최모씨도 "청소년 백신패스 적용을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2학기 때 학원 등에서 수시로 확진자가 나와 마음을 졸였다. 아이들이 학원, 식당, 카페 등 실내 공간에서 친구들과 가까이 어울리고 생활하는데 내 아이가 미접종자이거나 아이 친구가 미접종이라면 서로 불안하고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청소년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 입장과 비슷하다. 방역당국은 전체 확진자 가운데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 비중이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오미크론 유행이 확산될 경우 청소년층 감염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청소년 방역패스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브리핑에서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해 서울시와 즉시 항고할 것"이라며 "3월 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로 포함한 부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고, 14일에는 서울 지역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이후 현장에 혼란이 일자 정부는 전날 대형마트 등 6종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식당·카페, 실내 체육시설 등 11종은 방역패스가 계속 유지되며 3월부터 청소년에도 적용된다. 

법원과 정부의 결정으로 일단 학원은 방역패스 제외가 됐지만, 정부는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침방울 배출이 많은 관악기·노래·연기 학원에 대한 집행정지 취소 결정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방역패스·이상반응 지원’ 통할까…학부모 ‘두 갈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 중인 서울의 한 음식점.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청소년 방역패스를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1 자녀를 둔 이모(46)씨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등이 방역패스에서 빠진 건 정말 환영"이라면서도 "청소년들은 보호자와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3월부터 미접종 자녀는 집에선 같이 밥 먹어도 식당은 같이 출입조차 못 한다.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했다.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이모(39)씨는 "지난 주말 사적모임이 4인에서 6인으로 완화된 것으로 잘못 알고 아이가 가고 싶어하던 식당에 6명이 갔다가 출입을 거절당했다"며 "식당에서 쫓겨나 나왔는데 아이가 '내가 가자고 해서 미안하다'며 눈치를 보더라.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심장이 약해 백신을 맞지 않을 계획인데 3월부터 아이가 고립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지 너무 걱정되고 이런 상황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에 정부가 내달부터 백신 접종 후 중증 이상 반응이 발생했지만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국가 보상을 받지 못한 청소년에게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중증 이상 반응이 나타난 학생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국가보상 신청액수가 본인부담금 30만원을 넘으면 중증 이상 반응으로 간주하며 국가 보상제도에 따른 예방접종보상 전문위원회 심의에서 기각된 사례에 해당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금은 개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중위소득 50% 이하 교육 급여 대상자(중위소득 50% 이하) 는 최대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이 법원으로부터 잇달아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백신 거부감이 큰 학생·학부모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보인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상당수가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만약 접종 이상 증상으로) 아이들 몸이 상한 걸 돈으로 보상한다는 건 더 반발감만 높일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들도 "애가 아파지고 나서 저 돈 받아 뭐 어쩌라는 건가 싶다" "돈 몇 푼으로 위로가 될 지 모르겠다" "'중증' 이상에만 해당하는 게 '지원'이라는 말이 맞는 거냐" 등 쓴소리를 쏟아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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