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사랑”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1-20 06: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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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사랑” [쿠키인터뷰]
솔로 음반 ‘시퀀스’(6equence)로 돌아온 그룹 마마무 멤버 문별. RBW

여성 아이돌 가수에게 30세는 어떤 나이일까. 2014년 데뷔해 지난해 30대에 접어든 그룹 마마무 멤버 문별은 한동안 ‘끝인가’라는 생각에 빠졌다고 했다. “데뷔 7년 차가 되니 많은 아이돌이 새로 데뷔하고…나는 끝인가 싶었어요.”(SBS ‘골 때리는 그녀들’) 30대로 1년을 보내며 그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장안동 RBW라운지에서 만난 문별은 이렇게 말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그가 2년여 만에 내놓은 솔로 음반 타이틀곡 제목은 ‘루나틱’(Lunatic). 우리말로 ‘미치광이’라는 뜻이다. 19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 문별은 신경질적으로 종이를 구겨 던지고 초조해하며 손가락을 물어뜯다가도, 이내 태연한 표정으로 노래하고 춤을 춘다. 문별은 권태기에 빠진 연인을 상상하며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이기심과 자만심이 뒤엉켜 냉탕과 온탕을 오가지만, 한줌 애정이 남아 있어 차마 종지부를 찍지 못하는 관계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마마무 멤버 문별과 솔로 가수 문별을 구분 짓는 선은 이전보다 흐려졌다. “그전에는 마마무 안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를 래퍼로만 아시는 분들이 많을 테니 나를 좀 더 보여주려 했죠. 이번엔 달라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리 높여 자기 색깔을 증명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개성을 드러낼 줄 아는 이의 여유로움이 문별에게서 묻어 나왔다. 그는 “‘루나틱’은 재기발랄한 내 성격을 담아 더욱 만족스러운 노래”라고 말했다.

문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사랑” [쿠키인터뷰]
문별 솔로음반 콘셉트 사진. RBW

문별은 시나리오 작가가 돼 음반을 ‘집필’했다. 설렘으로 시작한 감정이 사랑이 돼 타올랐다가 끓는점을 찍은 뒤 싸늘해지는 과정을 장면으로 포착해 각 곡에 녹여냈다. 문별은 작사·작곡 뿐 아니라 음반 기획에도 적극 참여해 사랑의 시작과 끝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왜 사랑이었을까. 문별은 말했다. “이전 음반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예요.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첫 싱글 ‘셀피쉬’(Selfish)가 저의 탄생을 이야기했고, 두 번째 솔로곡 ‘달이 태양을 가릴 때’는 선과 악으로 이중성을 표현했죠. 이번에는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게 사랑이라고 말하려 했어요. 우리 모두 사랑이 필요한 존재잖아요.”

사랑은 문별에게도 중요한 화두다. 가수로 사는 8년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그 사랑을 돌려주려고도 했다. 한때 이 사랑은 책임감이 돼 그를 짓눌렀다. “내가 실수하거나 오해를 사면 마마무도 피해 입는다”는 생각에 4명 몫의 책임감을 어깨에 지다 보니 “예민하고 뾰족한 20대”를 보냈다. “많은 분들이 ‘마마무는 데뷔 때부터 승승장구했다’고 생각하시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음오아예’가 히트하지 않았다면 다음 음반을 기약할 수 없었거든요. 부담이 컸어요.” 자신을 원하는 대로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 속앓이도 했다. 그는 연습생 시절 보컬 실력을 갈고 닦았지만 소속사 RBW의 권유로 랩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문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사랑” [쿠키인터뷰]
문별. RBW

지금은 다르다. 책임감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문별은 “음악의 완성도와 성과, 행실 등 많은 면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마마무에게 거는 기대를 채워주고 싶다”며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꾸미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 채널을 열어 일상을 공유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랩은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는 “(랩에 도전한 일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값진 경험이다. 그 도전 덕분에 노래와 랩을 모두 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마음을 50대 50으로 주고받는 관계가 이상적이어도 현실에 존재하긴 어렵잖아요. 하지만 팬들과 나누는 사랑은 서로 50대 50으로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팬들이 ‘나 혼자만 마마무를 바라본다’고 느끼며 애태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예인과 팬 사이를 넘어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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