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맞춤에 건물 흔들린다?...공진의 비밀 [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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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2-01-25 06: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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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맞춤에 건물 흔들린다?...공진의 비밀 [알경]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DL이앤씨

지난 20일 33층 높이의 서울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 건물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현상 발생 이후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 결과 흔들림의 원인이 ‘공진’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공진 현상은 같은 진동수의 힘을 받으면 흔들림이 증폭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성수동 건물 6~19층에는 대형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댄스 연습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가수들의 격렬한 춤 동작에서 발생한 진동이 우연히 건물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진동이 증폭돼 건물 흔들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DL이앤씨가 긴급 안전점검 이후 실시한 재현 실험에서도 건물 내부 사람들의 발돋움 등이 공진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양대학교 유은종 교수는 진동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건물의 여러 층에서 발생한 복합적 충격이나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반복적인 동작으로 바닥판이 미세하게 떨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지어진 33층 높이의 대형 건물이 몇 명의 반복된 발돋움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더러 발생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크노마트 태보 사례입니다. 지난 2011년 7월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강변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약 10분간 원인 불명의 흔들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안전점검 결과 12층에 입주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진행된 태보(태권도·복싱·에어로빅을 합친 것) 운동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태보 운동의 진동이 건물 고유 진동수와 맞아떨어져 ‘공진 현장’을 일으켰다는 분석입니다.

당시 태보가 건물 흔들림의 원인이라는 분석에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결국 건축협회가 사람이 없는 일요일 동일한 상황을 연출해 놓고 실험에 나선 결과 태보 운동 시 건물 흔들림이 다시 발생했죠. 

이에 테크노마트 건물 옥상에는 2014년 복합형 제진장치가 국내에서 개발돼 설치됐습니다. 복합형 제진장치는 수평‧수직진동을 상쇄시키는 장치로, 설치 후 같은 운동을 계속해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진동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 건물들에는 기본적으로 공진 현상에 대비한 설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진 설계는 주로 지진에 대비한 설계입니다. 또한 건축물은 부분 별로 고유진동수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해 공진현상을 100%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내부의 공진현상으로 건물이 무너질 위험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입니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역시 이번 발생 진동의 60배 이상 버틸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적용된 상황입니다.

단국대학교 이상현 교수는 “재현실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이번 진동소동에서 발생한 충격은 3~7gal 수준으로 보인다” 며 “이 건물은 최대 400gal 수준의 충격도 견딜 수 있는 구조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gal은 진동크기의 단위로 초당 1cm의 비율로 빨라지는 가속도를 의미합니다. 즉, 20일 발생한 진동보다 약 60배 이상 강한 진동이 발생해도 건물이 안전하다는 의미죠.

아울러 공진 현상이 건물 흔들림 같이 사고의 원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도 사용되는 것이 공진 현상입니다. 대표적으로 전자레인지가 음식물 속의 물 분자의 공진현상을 이용해 열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거나 TV 채널을 바꾸는 것도 공진현상을 이용한 기술입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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