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그 ‘최순실’이 또다시 거론됐다 [2022 대선 말말말]

김건희 ‘무속 논란’ 커지자… 與 ‘최순실 프레임’ 맹공

기사승인 2022-01-25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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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선 말말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말’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말들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2016년 그 ‘최순실’이 또다시 거론됐다 [2022 대선 말말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연합뉴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씨가 2022년 대선 정국에 등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무속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전 우주’ 발언은 지난 2016년 탄핵정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문장 중 하나다. 박근혜씨가 지난 2015년 제93회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꿈 나들이’라는 어린이 초청행사에 ‘대통령이 꿈’이라는 진도초등학교 학생에게 전한 말이다. 

해당 발언은 ‘무속 논란’과 겹치면서 화제가 됐다. 박씨는 국정농단 핵심 인물로 밝혀진 최씨와 그의 아버지이자 영세교 교주로 활동한 고(故) 최태민씨에 의해 사이비 종교에 현혹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더해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 ‘최태민 20주기 천도재’를 지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고, 박씨의 발언이 ‘주술적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박씨는 지난 2016년 11월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2016년 그 ‘최순실’이 또다시 거론됐다 [2022 대선 말말말]
개혁국민운동본부, 촛불시민연대 등 친여성향 시민단체가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국민의힘 항의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조현지 기자

‘천공스승’·‘손바닥 왕’부터 시작된 무속 논란… 기름 부은 ‘김건희 녹취록’

윤 후보는 본선에 오르기 전부터 무속신앙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적고 TV토론회에 출연하거나, 윤 후보가 의지하는 멘토가 ‘천공스승’이라는 등 논란이 커졌다. 경쟁 상대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무속 대통령, 부적 선거냐”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라며 비판했다. 

이후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김씨의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7시간 녹취록’은 김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12월 통화한 7시간가량의 대화 내용을 뜻한다.

23일 열린공감TV와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추가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도사’의 조언으로 청와대 영빈관을 옮기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기자가 “내가 아는 도사 중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으로(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김씨는 “응 옮길거야”라고 답했다. “우리 남편(윤 후보)도 약간 그런 영적인 끼가 있다. 그래서 나랑 그게 연결된거다”라고도 했다.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에서도 ‘영적’ 발언이 보도됐었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쥴리’ 의혹을 해명하면서 “시끄러운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그럴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고 차라리 도사들과 같이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보면서 경각심”

김씨의 ‘무속’ 논란에 여권은 ‘제2의 최순실’ 공격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무속에다가 국정을 의존하는 이런 사람에게 맡기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지 심히 걱정된다”며 “괴승 라스푸틴에게 국정을 위탁했다가 망했던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의 러시아 제국 멸망을 보면서, 신돈에 휘둘렸던 공민왕의 폐해를 보면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경각심 가졌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꾸준히 최씨와 김씨가 유사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김씨가 윤 후보 행동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선거캠프, 모든 정치 현안에 관여하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며 “주술과 마법 같은 데 의존하는 나라가 되면 나라가 크게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취지의 비판은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지난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씨와 관련, “최순실씨가 말하는 습관이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홀린다. 그 다음에 돈과 권력이면 뭐든지 다 해결된다는 그런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이 똑같다”고 주장했다. 

野, ‘무속 논란’ 정면돌파… “이재명, 전과 4범 후보”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무속 논란 정면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송 대표의 ‘최순실’ 관련 발언 기사를 공유한 뒤 “전과 4범에 나라를 맡기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전과 4범 후보는 빼놓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공무원 자격 사칭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이 후보의 과거 전과 4건을 언급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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