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죽어야 내가 산다’…금융플랫폼 쟁탈전

마이데이터 사업 개시 1개월, 빅테크 40% 점유
금융당국 “동일기준 동일규제 ‘평평한’ 운동장 구현” 약속

기사승인 2022-01-27 0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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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죽어야 내가 산다’…금융플랫폼 쟁탈전
KB국민은행 제공

2022년 초부터 금융플랫폼 시장 경쟁이 뜨겁다. 기존 전통강자인 핀테크 업권의 점유율을 뺏기 위해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 금융당국은 우선 비교적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는 금융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된 가운데 금융사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기관과 기업별로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데 모아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예컨데 하나의 금융사 앱을 통해 소비내역 분석,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리포트를 받고, 이에 맞는 금융서비스들을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 속 금융사들은 자사가 제공하는 상품들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신규·충성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금융사보다 금융플랫폼 전통 강자인 빅테크가 근소하게 앞서가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가입 전체 회원의 40%가량을 빅테크가 차지하고 있다. 카드와 은행은 30%씩을 시장을 나눠 가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에 추가 ‘컨텐츠’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마이데이터는 ‘목표챌린지’를 출시했다. ‘배달 음식 줄이기’ ‘한 달 예산으로 살기’ 등 생활밀착형 목표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우리은행은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복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머니버스’를 통해 이자 납입, 공모주, 아파트 청약 일정 등 금융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니가 죽어야 내가 산다’…금융플랫폼 쟁탈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금융플랫폼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신규 서비스 출시와 함께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서 여전히 핀테크와의 ‘격차가 심하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입출금 거래내역을 원문 정보 그대로 전송하지만 빅테크 등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구매내역은 단순화된 카테고리 형태로만 전송해 데이터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

은행연합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원재료가 데이터”라며 “현행 규제 체계상 은행은 빅테크에 비해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데이터 제도 역시 비교적 은행에 불리하다”며 “은행의 비금융 진출이나 마이데이터 제도를 개선해야 은행도 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금융플랫폼 간담회를 개최하고 “테크기업과 금융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대원칙 아래에 금융플랫폼에 대한 감독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테크가 등장하면서 금융상품 판매가 중개 판매 또는 대리 판매 쪽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사 계열사 간 정보공유와 핀테크기업 투자 제한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