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늘만 같아라”…모처럼 핀 상인 미소 [가봤더니]

상인들 소님과 흥정 벌이며 모처럼 활기
설 연휴 앞둔 재래시장 명절 특수

기사승인 2022-01-29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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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오늘만 같아라”…모처럼 핀 상인 미소 [가봤더니]
망원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 소비자들   한전진 기자
“늘 오늘만 같아라”…모처럼 핀 상인 미소 [가봤더니]
망원시장 입구    한전진 기자
“늘 오늘만 같아라”…모처럼 핀 상인 미소 [가봤더니]
정육점 앞에 모인 손님들    한전진 기자
“시금치 삼천, 삼천원, 맛있는 시금치이”

28일 점심께 찾은 서울 마포구의 망원시장. 한 채소 가게에서는 상인의 구수한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중년 여성들은 봄동 등 잎채소를 고르는데 여념이 없었다. 모두 마스크를 단단히 여민 채였지만, 채소를 고르는 손길에는 흥겨움이 묻어났다. 상인들도 손님들과 흥정을 벌이며 모처럼 활기에 찬 모습이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가운데, 재래시장은 명절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이날 만큼은 코로나19를 잊은 듯한 풍경이었다. 시장 입구에서 수산물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낙지와 동태 등 전 재료들이 잘 나갔다”면서 “평일 상황이 안 좋았는데, 오늘은 제법 손님들이 찾아 평소보단 매출이 30~40% 가량 많을 것 같다”라고 평했다.

망원시장 골목골목 맛집에도 모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튀김과 떡볶이, 칼국수 등 음식 냄새가 사람들의 코끝을 자극했다. 닭강정, 족발집, 떡집에는 이따금씩 손님들이 늘어섰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연휴기간 먹을 육류를 구입하러 왔다는 황모씨(56‧여)는 “명절 기간 딸들과 모여 식사를 하려고 한다”며 “돼지 목살과 국거리용 고기를 사러 들렀다”며 봉지를 들어보였다. 앞치마를 두른 정육점 점원은 “연휴가 코앞이라 선물용 보다 먹거리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며 “예년 매출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꾀 오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망원시장에서 15년간 과일 가게를 운영해온 A씨는 “최근 과일 가격이 많이 비싼데, 곶감은 물론 딸기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며 “샤인머스켓과 귤도 가격이 비싼 추세”라고 했다. 

“늘 오늘만 같아라”…모처럼 핀 상인 미소 [가봤더니]
인근 월드컵시장에도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전진 기자
“늘 오늘만 같아라”…모처럼 핀 상인 미소 [가봤더니]
채소 가게에도 중년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전진 기자
그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도 구매까지 하는 손님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라며 “오늘 선물용으로 과일들이 많이 나가야 하는데 영 시원치 않았다”고 평했다. 이어 “내일이나 모레 제수용 판매를 기대하고 있는데,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다”라고 혀를 찼다. 

망원시장 건너편 월드컵시장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간판에는 ‘20% 특가세일’ 등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현재 서울시는 시내 159개 전통시장에서 '설 명절 특별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시장별로 제수용품과 농수축산물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온누리상품권과 경품 등을 증정한다.

상인들은 올해로 3년째인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손꼽아 기원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며 상인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될지 정부의 방역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인들이 대다수였다. 

시장에서 떡과 분식을 팔고 있는 50대 상인은 “확진자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한다”면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부터는 젊은 고객들은 거의 없고, 기존의 장년 고객들만 오고 있는 것이 재래시장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올해 전통시장에서 설 차례상을 준비하면 대형마트보다 비용이 23%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전통시장 37곳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설 제사용품 27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이번 설에 4인 기준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26만2645원으로, 대형마트(34만1859원)보다 7만9214원(23.2%) 저렴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채소는 53.3% 저렴했고 육류는 27.5%, 수산물류는 24.3%, 과일류는 9.5% 각각 쌌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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