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인상 여파…금융권 위험부담 가능성↑

기사승인 2022-02-04 06:01:02
- + 인쇄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금융권 위험부담 가능성↑
쿠키뉴스DB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을 시작으로 연내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시사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확정되면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는 신용대출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불패를 자랑했던 분양시장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고, 미분양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시장이 위축되면 레버리지(빚내 투자)를 통해 자산을 마련한 ‘영끌족’(대출 등으로 자금을 영혼까지 끌어올린 이들을 지칭하는 은어)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대출시장과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다. 이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해당 지역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했던 금융사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도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 금리가 7년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연 3.63%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연 3.66%로 직전 최고치인 2018년 8월과 동일했다. 전세대출 금리도 연 5%대 진입에 근접했다. 이달 2일 기준 KB국민은행 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72%, 최고 연 4.92%, 신한은행은 3.56%~4.46%, 우리은행은 3.93%~4.13%, 하나은행은 3.45%~4.95%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국 연준이 올해 안으로 최소 네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오는 7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도 긴축발작을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문제는 가계 자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징후는 분양시장과 매매시장 모두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지방에 공급된 439개 단지 중 26.7%(117곳)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대구시에 분양한 아파트는 23곳 가운데 서너 곳을 제외하고 전부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수도권의 경우 청약 이후 미계약 물량도 나왔다.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송도자이더스타)가 높은 청약률(13대 1)에도 일부 물량은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주택 매매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1월 전국 매매거래지수는 3.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1.7) 이후 최저치다. 매매거래지수는 KB부동산이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매매거래 지수다. 수치가 낮을수록 거래량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주택시장이 하락할 경우 대출을 통해 자산을 확보한 이들의 부담은 커진다. 예를들어 매수한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고, 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이 5억원이다. 하지만 아파트 시세가 매수한 시점 보다 떨어진다면 그만큼 자산가치는 하락하고 만다. 

주택시장 위축은 금융사에게도 악재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은행의 부실채권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전국 주택 가격이 5.6%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신규 연체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또한 증권사, 보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사업 비중이 큰 부동산PF사업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그만큼 PF대출 부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현재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의 PF 비중은 어느 때 보다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88조4838억원으로 2016년말 (47조256억원)에 대비 4년만에 41조4582억원(88.2%) 증가했다. 

금융권역별로는 보험사가 36조3826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시중은행(23조8572억원), 저축은행(6조8647억원), 증권사(4조2691억원). 상호금융(3조3105억원) 순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직후 규모(4조3000억원) 보다 늘어났다. 

아울러 금리 변동성은 증권사 수익에도 부정적이다. 하나금융투자 이경수 연구원은 “그동안 금리 상승은 외국인과 연기금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다”며 “그렇다고 지난해와 재작년과 같은 개인 수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