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구조조정 발목잡는 정치권 금융 포퓰리즘 논란

기사승인 2022-02-09 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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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구조조정 발목잡는 정치권 금융 포퓰리즘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임형택 기자

금융당국과 정부가 급증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부채구조조정(금리인상·대출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대선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금융당국의 기조와 상반된 양적완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경(추가경정예산)도 시장금리 상승에 압박을 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정부의 추경이 기존(14조원) 보다 늘어날 경우 발생하는 채권시장 약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도 딜레마 가운데 하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선을 앞두고 거대양당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와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또 다시 양적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은 ▲극저 신용대출 사업 확대 ▲청년기본대출 ▲법정 최고금리 11%까지 인하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 LTV(주택담보인정비율) 90% 완화 등이다. 

극저 신용대출 사업이란 저신용 차주에 이자율 1% 대출상품을 최대 300만원까지 5년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출 방칙이다. 이어 청년기본대출은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1000만원 이내 자금을 은행 금리(3%) 수준으로 장기간 빌려주는 제도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도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윤 후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 50조원 추가 지원 ▲소액 채무의 경우 자영업자 상각채권 원금 감면율을 현재 70%에서 90%까지 확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청년을 대상 LTV 80% 완화 등이다. 이밖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업계는 두 후보의 정책 공약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양당 대선후보에서 내세우는 대선공약은 금융당국의 기조와 배치되는 것”이라며 “특히 기본대출과 같은 공약은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이라며 “차주의 신용등급을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제안한) 예대금리차 공시도 새로운 정책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시중은행은 공시자료를 통해 NIM(순이자마진)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예대금리차 또한 수신상품 금리와 은행연합회를 통한 대출 금리가 어느 정도 공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이후 대출 규제와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태다.  한국은행의 ‘2021년 2분기 중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부채(신용카드 사용액 포함)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41조2000억원 증가했다.

만약 지속적인 대출 규제가 완화가 지속될 경우 현재 주택시장도 자극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택시장이 1년 이상 과열될 경우 2023년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4000조원(GDP 대비 192%)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여야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2배가 넘는 추경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추경을 위한 재원 확보는 국책 발행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할 경우 채권 가격의 하락 압박은 커지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릴 경우 자영업자 등 신용도가 낮은 차주는 더욱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1월 14조원 규모 추경 발표 때도 국채시장 금리가 30bp(1bp=0.01%p) 상승했다는 선례를 들며 “(추가경정예산 증액에 대해) 국채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