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여파 엇갈린 산업계…정유·조선 ‘웃고’ 석화 ‘울상’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당분간 고유가 기조
정유업계, 재고평가이익↑·조선업계, LNG선 및 해양플랜트 수주 기대
석화업계 “당장 피해 없어...장기화 경우 타격 불가피”

기사승인 2022-02-25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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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여파 엇갈린 산업계…정유·조선 ‘웃고’ 석화 ‘울상’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  에스오일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제조업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유가 기조로 정유사와 조선사들은 수혜를 입은 반면,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화학사는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24일 AFP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 전개하겠다고 선포하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2014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또 국내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지난 4일 이후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조만간 모든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유가 기조로 정유사들은 수혜가 기대된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과거에 미리 사놓았던 원유 가치가 올라가면서 재고 평가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국제 원유 가격 상승과 함께 일정 수준의 소비만 받쳐준다면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까지 개선될 여지가 커 안정적인 영업이익 달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정유사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다”면서도 “고유가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되려 소비를 위축시켜 오히려 정제마진이 나빠질 수도 있다.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적절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여파 엇갈린 산업계…정유·조선 ‘웃고’ 석화 ‘울상’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현대중공업

지난해 꾸준한 수주로 3년 치 도크를 다 채운 조선사들의 추가 수주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천연가스를 주에너지원으로 하는 유럽지역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를 주로 공급받는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유럽국가들은 액화천연가스(LNG)로 눈을 돌리고 있고, LNG 운반선 시장을 잡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또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조선사들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바로 해양플랜트 수주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상당 기간 고유가 기조가 유지된다면 대규모 발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설비 총 5기를 수주했고,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셰브론사로부터 가스전 제어 설비(FCS) 1기까지 수주했다. 모두 국제 유가 상승의 결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활성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으면 해양플랜트 채산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본다”며 “고유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해양플랜트 활성화 가능성은 커졌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친환경 흐름도 있어 대량 발주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호재를 맞은 정유·조선사와 달리 석유화학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원가는 오르고 있으나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지난해보다 줄면서 가격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석유제품을 만드는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대부분 추출한다. 이에 따라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사 입장에서는 비용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잦은 유가 변동에 대비해 연간단위 물량계약을 체결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이 효과도 미미해진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가가 오르면 피해가 상쇄되지만, 최근에는 오미크론 영향과 중국 수입 감소에 따라 전방산업 수요가 줄면서 제품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며 “대규모 물량계약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고, 값싼 액화석유가스(LPG), 에탄올 등을 나프타 대체 원료로 일부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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