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기업을 키운다 ‘사내 스타트업’

기사승인 2022-04-06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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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기업을 키운다 ‘사내 스타트업’
LG CNS

대기업들이 사내 스타트업(벤처) 육성에 열심이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와 우수과제를 독립시키는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탈모관리 솔루션 기업 ‘비컨’ 등 8개 과제가 독립했다. 삼성전자는 분사 시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5년 이내 재입사도 허용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유사한 ‘제로원 컴퍼니빌더’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사업 자금을 3억 원까지 지원한다. 1년이 지나면 분사 시킬지, 사내 사업으로 할지를 정한다.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도 준다. 현대차는 매해 10개 안팎으로 스타트업 분사를 계획하고 있다. 25개사가 분사를 완료했다.

LG CNS는 최근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스타트업으로 선발되고 실제 사업을 시작한 직원에게 최대 20%를 인센티브로 준다. 선발팀에겐 프로젝트 운영 예산 10억원을 지원하고 기업이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면 이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추가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LG CNS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DX(디지털전환) 시장을 선도하고 조직 기민성을 강화하려고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기존에도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해오고 있었지만 올해 조금 더 강화하려고 연봉연계 인센티브나 목표 달성 시 인센티브 등 지속적으로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드시 성공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을 등에 엎고 많은 지원을 받지만 수요가 없거나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실패 보고서를 수집하고 있는 CB 인사이트가 101개 보고서를 분석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상위 20개를 발표했다. 그 중 시장 수요를 따르지 않고 관심만 있는 문제를 다루는 사례(42%)가 가장 높았다. 

LG CNS 관계자는 “사내 스타트업을 활성화하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 창의성을 발휘하는 조직문화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현재 4단계 심사과정에서도 한 단계 통과할 때마다 인센티브 주면서 도전을 더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내 벤처 성공 신화는 다양하다. IT업계 대표주자인 네이버는 삼성SDS 사내벤처였다. 삼성SDS는 네이버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큰 차익을 거둔 바 있다. 국내 최초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도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 사내벤처였다.

정부도 제2의 네이버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창업진흥원은 운영 기업이 발굴·추천한 사내 벤처팀(기업)에 사업화와 후속 자금 등을 연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화 자금 1억 원, 실증 지원금은 2억 원까지 지원한다. 업력 3년 이내 창업 기업이면 신청할 수 있다. 진흥원은 지난해 말 기준 595개사를 지원했다. 올해는 150개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71개 대·중견·중소·공기업과 협업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참여 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며 “신청수요는 꾸준히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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