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전일제 학교, 尹의 '교육비전' 시험대

[육아 없는 저출산사회]④尹정부 돌봄정책 향한 시선
“학교 돌봄 연장 환영” vs “8시 귀가? 아동학대”

기사승인 2022-05-12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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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전일제 학교, 尹의 '교육비전' 시험대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교육·복지 분야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는 초등학생 돌봄을 확대해 돌봄 공백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새 정부 과제인 돌봄 확대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와 희망 섞인 반응이 엇갈린다. 

초등학교 수업은 보통 오후 1~3시 사이 끝난다. 학교 정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으로 향한다. 학생 개인의 배움 욕구, 입시 위주 교육, 방과후 돌봄 여력이 없는 맞벌이 가정의 니즈가 맞물린 결과다. 아이들의 귀가 시간은 늦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15~29일 초등학교 4~6학년 18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동 57.3%가 오후 6시 이후 집에 돌아간다고 답했다.

윤 정부는 초등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단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방과 후 학교 운영시간은 오후 5시까지, 초등 돌봄교실은 저녁 8시까지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운영 주체로, 교사는 운영에서 제외해 교원 부담을 줄였다. 


“초등 돌봄, 안전한 울타리” vs “학교에 갇힌 아이들”


새 정부의 돌봄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자녀가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워킹맘 김모씨(38)는 “며칠 전 돌봄교실에서 떨어진 지인의 아이가 집에서 혼자 전자레인지에 간식을 데워먹다가 불이 날뻔 했다”며 “돌봄교실에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이 엄마 직장이 집 근처라 바로 달려가 조치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일하는 동안) 아이가 학교 안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정규수업 자체가 일찍 끝나기 때문에 전일제 교실이 더욱 반갑다”고 했다.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 돌봄교실과 지역돌봄센터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워킹맘 최모씨(38)는 “고학년이 될수록 돌봐주는 것만은 큰 의미가 없다. 아이들만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붙잡아두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효과도 없고 아이들도 지루해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워킹맘 이모씨도 “시간만 늘려서 해결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 큰 기대는 없다”고 했다. 

워킹맘 박모씨(40)는 “오후 8시까지 붙잡아 두는 건 아동 학대 아니냐”라며 “학원 뺑뺑이로 6~8시까지 있는거나 돌봄교실에서 8시까지 있는거나 비용만 빼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새 정부는 맞벌이가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초등 전일제 학교, 尹의 '교육비전' 시험대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尹정부 돌봄 정책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시행된 ‘온종일 돌봄’과 윤 정부의 ‘초등 전일제 학교’는 비슷한 면이 많다. 온종일 돌봄은 학교와 지역사회 내 공공시설에 오후 7시까지 초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시 장기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탓에 여성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온종일돌봄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종일 돌봄이 포함된 공적 초등 돌봄 서비스는 사교육이나 부모 본인이 시간제로 일하고 직접 돌보는 경우, 가족·친지 활용 등 다른 돌봄 방식에 비해 선호도가 낮았다. 여성 취업 및 취업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구원은 “온종일돌봄 정책은 돌봄의 양적·질적 확대 없이 현재 상태로는 초등 자녀를 둔 여성이 일에 집중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돌봄 대안’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공급도 적다. 지난해 오후 5시 이후 운영되는 돌봄교실은 전체 1만4278실 중 1581실로 11.1%에 불과했다. 정부의 수요 조사에서 온종일 돌봄이 필요하다고 답한 학부모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초등 전일제 교실이 현실화하다면 학생들은 학교에 종일 머물 수 있다.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포함한 온종일 돌봄과 달리 접근성과 안전성이 높은 학교 교실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공략집을 통해 모든 초등학교에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을 설치하며 희망하는 학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돌봄 중심이 아닌 에듀케어(교육형 돌봄) 형태로 운영한다고 강조한 만큼 온종일 돌봄과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9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윤 정부의 복지국가 개혁 방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딩 교육이나 원어민 어학교육, 독서나 토론 교육 같은 미래형 교육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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