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이하 절반 걸렸다…코로나가 아이들에 미친 영향은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0~9세 가장 높아
비만·언어발달·정신건강 등에 영향력 관찰

기사승인 2022-05-12 06: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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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 이하 절반 걸렸다…코로나가 아이들에 미친 영향은
만 5~11세 소아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 3월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간호사가 어린이에게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0만명 중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어디일까. 고연령대를 생각하기 쉽겠지만, 틀렸다. 0~9세 어린이다.

11일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2020년 1월 이후 누적 확진자수)은 0~9세가 5만6859명이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10대 4만9121명 △30대 3만8653명 △20대 3만8205명 △40대 3만3444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인구 10만명당 발생률로 따지면 0~9세의 누적 확진자 수는 80세 이상, 70대, 60대의 두배가 넘는다. 

이날 신규 확진자 4만3925명 가운데서는 0~9세까지가 3584명으로 8.2%를 차지했다. 전체 연령대 중 소아 확진자 비중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10%대를 유지하다가 소폭 감소로 돌아섰다.

소아 감염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돌봄 대상인 소아 특성상 불가피하게 접촉이 많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방역 당국은 지난 3월31일부터 5~11세 소아를 대상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일단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접종 권고를, 일반 소아에 대해서는 보호자 판단 여부에 따라 접종하도록 했다. 백신 접종률은 낮다. 이날 0시 기준 5~11세 1차 백신 접종률은 1.3%다.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아 비만 증가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0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10~2019년 8.7~11.2% 수준이던 6~11세 소아의 비만 유병률은 지난 2020년 15%을 기록했다. 거리두기로 인해 ‘집콕’이 늘었다. 배달음식 위주의 식습관, 좌식 시간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영유아의 경우,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스크 착용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아동들의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황상원 교수는 “아이들은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lip-reading)’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시각적인 언어 신호에 접근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방해를 받는 만큼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소아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은 낮지만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는 취약하다. 지난해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아청소년은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악몽, 식욕 저하, 초조, 분리불안 증세 등을 보였다.

연령대에 따라 양상은 조금 달랐다. 학령전기(2~6세)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보채고 관심 끌기가 늘어나며 가족 중 누군가가 감염될 것에 대한 공포,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령기(7~18세) 아동은 주로 집중력 저하,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해 지속적으로 캐묻는 등의 양상을 보였다. 최 교수는 “아동 청소년의 경우 격리 시 부모와 분리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주 양육자로부터 분리는 정신건강의 큰 위협이 되고, 이로 인한 애착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이후 평생에 걸쳐 오랜 기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지난 3일 e클리니컬메디슨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경우, 두뇌가 20년 노화되거나 지능지수(IQ) 10 감소에 맞먹는 후유증을 겪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최재홍 제주대 교수팀이 지난 2월 한국예방접종전문위원회·백신 분야 전문가 등 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5~11세 어린이들에게 안전하다고 답했다(5점 중 3.3점). 접종 후 이상반응 위험보다 이득이 훨씬 크다는 답변도 5점 중 3.05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은 어린이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며 “어린이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하려면 무엇보다도 코로나19 감염과 백신의 효과,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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