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쥐고 사는 철수, 속 터지는 엄마 [놀이터통신]

스마트폰, 아이에겐 ‘선물 1위’ 부모에겐 ‘계륵’
과의존위험, 청소년·유아동 순으로 높아
‘언제 사줄까’보다 ‘어떻게 사용할까'가 중요

기사승인 2022-05-16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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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쥐고 사는 철수, 속 터지는 엄마 [놀이터통신]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부모에게 아이의 스마트폰은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사주지 않으면 친구 무리에 끼지 못할까 봐 걱정이고, 사주면 골칫거리만 늘리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얼마 전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 몇몇 초등학생들이 모여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며칠 동안 같은 모습이었던 터라 궁금한 마음에 슬쩍 미끄럼틀로 다가갔습니다. 아이들은 한 대의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주인으로 보이는 아이가 게임을 하고 이를 둘러싼 아이들은 게임을 보며 깔깔 웃었습니다. 무리 속 알고 지내던 A군에 “넌 (게임을) 하지도 못하고 겨우 구경만 하는 건데도 재밌어?”라고 묻자 A군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너무 재미있다”고 답했습니다. 

며칠 뒤 만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뿔뿔이 흩어져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A군은 형들을 쫓아다니며 구경만 하다 집에 돌아갔고요. 만약 내 아이가 A군과 같은 상황이라면, 스마트폰을 사주어야 할까요?

자녀의 스마트폰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닐 때는 대다수 아이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아 문제가 없었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이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보통 반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삼삼오오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힙니다.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4~16세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스마트폰은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1위(23%)를 했습니다. 

스마트폰 쥐고 사는 철수, 속 터지는 엄마 [놀이터통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1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캡처

부모 입장에서도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필요할 때 아이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하다는 건 장점입니다. 반면 단점은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오는 다양한 문제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청소년(만 10~19세)이 37%로 가장 높았습니다. 유아동(만 3~9세)도 28.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간행물 ‘아동의 미디어기기 중독과 사이버비행 감수성, 조기 대처가 답’을 통해 스마트폰 중독은 아동의 신체, 사회 및 정서적 적응과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을 가중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온라인 범죄나 경제적 위험, 안전사고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고요. 

실제 청소년 상담사 김모씨는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있을 때 온라인 과몰입으로 자녀가 은둔 생활을 하거나 게임 채팅으로 모르는 사람을 사귀는 등의 고민을 상담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초등 2학년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준 박모씨(39)는 “스마트폰을 안 사주면 왕따가 걱정되고 사주면 사이버 불링(괴롭힘)이나 중독이 걱정된다”며 “친구들 중에 혼자 스마트폰이 없어 안쓰러운 마음에 사주긴 했는데 너무 빨리 사준 것은 아닌지, 여전히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아이에게 언제 사주는 것이 좋을까요. ‘언제’보다 중요한 건 자녀에게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기자의 자녀도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학교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 수업을 주로 했던데다 전면 등교 이후에도 알림장을 대신해 밴드, 클래스팅 등을 쓰거나 동영상을 봐야 하는 과제도 있어 사실상 스마트폰이 없으면 학교 생활이 불편합니다.

초등 고학년인 첫째 아이는 이해 속도가 비교적 빨라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인지했고, 스마트폰 제한이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학년인 둘째 아이는 스마트폰 시간과 사용 앱을 제한할 수 있는 관리 앱을 사용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에 집착하고 과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오히려 관리앱을 사용하는 둘째 아이였습니다. 아이의 사생활까지 침범하면서 스마트폰을 제한했지만 돌아온 건 ‘8시간 사용’이라는 충격적인 기록뿐이었습니다. 실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부모가 관리 앱 등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스마트폰 사용의 장단점, 사용법, 유익한 사이트 추천 등에 대한 교육을 부모로부터 받았다는 응답은 일반사용자군이 과의존위험군보다 높았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제대로 이용하는 법을 가르치면 스마트폰 과의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폰 등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고 소유하기 시작하는 유아기 또는 초등 저학년부터 미디어기기 과다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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