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3개 깨 만든 음반…이수영은 결국 눈물 흘렸다

13년 만에 정규음반 낸 가수 이수영 기자회견

기사승인 2022-05-17 17: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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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3개 깨 만든 음반…이수영은 결국 눈물 흘렸다
정규 10집으로 돌아온 가수 이수영.   사진=박효상 기자

노래 ‘라라라’ ‘휠릴리’ ‘스치듯 안녕’ 등을 히트시키며 2000년대 전성기를 누린 가수 이수영은 지난 13년 간 무대를 떠나 있었다. 전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과 사기 피해 등으로 마음의 상처가 깊은 탓이었다. 정규 10집을 내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길었다. 17일 신보 발매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그가 눈물부터 쏟은 이유다.

이날 오후 6시 발매하는 정규 10집 ‘소리’(SORY)는 이수영에게 각별한 음반이다. 그는 소속사 뉴에라 프로젝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5년 전 적금 통장부터 만들었다. MBN ‘조선판소리’, CBS라디오 ‘12시에 만납시다’ 등 방송에 출연하며 번 돈을 꼬박꼬박 적금에 쏟았다. 공백기가 워낙 길었던 탓에 한 푼도 저금하지 못하는 달도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돈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저 음반 내게 돈 주세요’해서 누가 주지도 않는 데다, 빚을 지고 싶지도 않았어요.” 이수영은 이렇게 모은 적금 3개를 깨 음반 제작비로 썼다.

적금 3개 깨 만든 음반…이수영은 결국 눈물 흘렸다
이수영.   사진=박효상 기자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가수 박원·스텔라 장·스트레이 키즈 등과 작업했던 권영찬이 프로듀싱했고, 이진아·정승환·프롬 등 후배 가수들도 힘을 보탰다. 타이틀곡은 ‘천왕성’. 사극풍 발라드를 잘 쓰기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만들었다. 이수영은 “존재감은 미미해도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킨 천왕성의 이야기가 나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노래엔 이수영 특유의 동양적인 느낌이 잘 묻어난다. 권영찬 프로듀서는 우주에 있는 듯한 느낌을 내려 여러 소스를 넣었다고 한다.

음반 제목인 ‘소리’는 귀에 들리는 소리뿐 아니라 ‘미안하다’(Sorry)는 의미도 담고 있다. 긴 시간 자신을 기다린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이수영은 “10대 때부터 10집을 기다리다가 30세가 됐다는 팬, 군 복무 중 9집을 들었는데 지금은 애 아빠가 됐다는 팬도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의도치 않게 길어지는 공백 기간 도중 음악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만큼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게 없더라고 이수영은 돌아봤다. “음반을 처음 녹음하는 날이었어요. 스튜디오에서 목을 풀면서 노래하는데, 피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확 도는 느낌이더라고요. 그 감정만으로도 감사해요.”

김이나 작사가는 이날 보내온 축하 메시지에서 “20대 때 서러운 이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수영은 이별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였다”면서 “이제 이별뿐만 아니라 삶 전반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영 역시 “우리들의 소리를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생을 살아 보니 주변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 목소리도 들린다. 그 모든 목소리를 음반에 녹이려고 했다”며 “음반이 잘 팔리면 콘서트도 꼭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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