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다문화 섞인 ‘딩동댕 유치원’, 우리 사회 지향점”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5-2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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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다문화 섞인 ‘딩동댕 유치원’, 우리 사회 지향점” [쿠키인터뷰]
EBS ‘딩동댕 유치원’ 이지현 PD와 출연진. EBS

지난 2일 EBS ‘딩동댕 유치원’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 하늘이는 농구를 좋아한다. 신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는 하늘이는 한마디로 ‘인싸’다. 운동은 뭐든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운동은 특별히 더 좋아한다. 하늘이의 이란성 쌍둥이 남매 하리는 체육 소녀다. 유치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체육실로 달려갈 만큼 열정이 넘친다.

“다양성을 반영하고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 EBS 사옥에서 만난 이지현 PD는 이렇게 말했다. 이 PD는 올해 ‘딩동댕 유치원’ 개편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그가 탄생시킨 손인형 캐릭터 4명은 선입견에 도전하는 인물들이다. 체육을 좋아하는 소녀 하리와 감수성 깊은 문학소년 조아는 성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인기 많은 하늘이와 개구쟁이 마리는 각각 장애 아동과 다문화 가정 아동을 둘러싼 편견을 뒤집는다. 이 PD는 “장애인과 다문화, 양성 평등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넣고 싶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를 전공한 뒤 교육대기획 6부작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등을 연출했던 그는 어쩌다 ‘딩동댕 유치원’에 도착했을까. 이 PD는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느라 초등학교에 갈 일이 많았어요. 그 때 느낀 문제의식이 이번 개편에 영향을 줬어요.” ‘딩동댕 유치원’을 통해 우리 사회 지향점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 PD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장애인·다문화 섞인 ‘딩동댕 유치원’, 우리 사회 지향점” [쿠키인터뷰]
‘딩동댕 유치원’ 새 캐릭터 하늘(왼쪽), 마리. 해당 방송 캡처

Q. 시청자 게시판을 보니 반응이 뜨겁다.

“탈인형 캐릭터 댕구를 귀여워하거나 딩동 선생님(성우 이선)을 좋아하는 반응이 많다. 매주 월요일 태권도를 가르쳐주는 다다 선생님, 나태주씨가 가장 인기다. 하늘이나 마리를 낯설게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부모님이 아이들을 교육할 기회가 됐다고 한다. 피부 색깔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거나, 장애인도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다거나…. 보람차다.”

Q. EBS에서 장애인·다문화 캐릭터를 선보이기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구상했나.

“직전에 편성국에서 근무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외국은 ‘세서미 스트리트’(미국 HBO)처럼 일찍부터 어린이 프로그램에 장애인이나 다문화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시청자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제작부로 오면서 다양성을 반영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 하늘이와 마리는 각각 장애인과 다문화를, 조아와 하리는 양성 평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Q. 캐릭터들 성격을 보면 각 계층을 둘러싼 편견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회의 때부터 ‘사람들이 가진 편견을 거꾸로 뒤집자’고 합의했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아이는 우울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려 일부러 하늘이를 ‘인싸’로 설정했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마리에게 더 말이 많고 적극적인 성격을 부여했다. 댕구는 유기견 출신이다. 동물권에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해 이런 설정을 넣었다. 하반기에 프리퀄 형식으로 짧은 드라마를 만들어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보여줄 계획이다. (드라마에) 편부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Q. 네 아이들과 댕구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녹화장을 현실적인 공간인 유치원으로 꾸민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을 담으려고 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그 부모님들도 함께 방송을 보면서 자녀를 교육해주시면 좋겠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어린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한 데 어울려서 지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다문화 섞인 ‘딩동댕 유치원’, 우리 사회 지향점” [쿠키인터뷰]
이지현 PD. EBS

Q. 애니메이션 ‘뽀로로’ 성우로 유명한 이선씨가 딩동 선생님을 연기한다. ‘유치원 선생님은 젊은 여성’이라는 편견을 깨는 캐스팅이라 반갑다는 반응이 나온다.

“섭외 목록을 추릴 때부터 나이는 상관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젊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선 성우님은 경력이 워낙 길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실 수 있다. 우리에게 딱 맞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Q. 선생님과 아이들의 의사소통을 묘사할 땐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나.

“대본 회의를 하며 가장 많이 고치는 대사 중 하나가 (선생님의) 지시하는 말투다. 그간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는 대부분 선생님이 어린이를 가르치곤 했다. 그런데 ‘딩동댕 유치원’을 개편하면서 ‘이 정도 수준의 정보는 어린이가 전달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캐릭터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정보를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돕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Q. ‘나와 타인과 우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세계시민교육’을 표방한다.

“‘딩동댕 유치원’에도 이런 내용을 촘촘하게 담았다. 가령 댕구를 통해 동물 등 다양한 존재와 공생하는 법을 가르친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아이와 협업도 하는 등 세계시민교육의 핵심 키워드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짰다. 아직도 주변을 보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소 경직돼 있다고 느낀다. 제작진이 왜 이런 캐릭터를 등장시켰는지 부모님이 이해해주시고 자녀들을 잘 교육해주시길 바란다. 어린이 프로그램이 한 발 나아가려면 부모님들 역할이 중요하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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