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기대수명, 7년 짧다…“정치인 안 부끄럽나”

의료 수준 지표 ‘입원 환자 사망률’ 최대 2배 이상
“공공의료 확충 대다수 동의…홍준표 후보는 답변 안 해”

기사승인 2022-05-24 0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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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지 기대수명, 7년 짧다…“정치인 안 부끄럽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가 23일 전국 순회 캠페인 보고 및 이후 활동 방향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정진용 기자

지방 의료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공공의료 확충이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이하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전국 순회 캠페인 보고 및 이후 활동 방향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내 곁에 든든한 모두의 공공병원’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순회 캠페인을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권역단위로 정책협약식, 간담회 등을 통해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공공의료 확충 구체적 과제를 공약화하는 성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기대수명 가장 높은 곳, 경기 과천…가장 낮은 곳과 7년 차이

지역간 의료격차와 여기서 비롯된 국민 건강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대수명은 최대 7.4년이 차이 났다. 기대수명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북 영양(78.9세)이다.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 과천으로 86.3세였다. 

의료 질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입원 환자 사망률은 강원 영월권이 1.74%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서울 동남권(0.83%)의 두배 이상이다. 적절한 치료가 뒷받침되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 즉 치료가능 사망률 역시 가장 높은 충북이 10만명당 46.95명으로 가장 낮은 서울(39.36명)에 비해 30% 가까이 높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기대수명은 7세가, 입원 환자 사망률은 두배 이상 차이난다는 점은 정치인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지역 주민은 분노해야 마땅한 심각한 문제”라는 일침이 나왔다.

전국에서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시군구는 32개, 응급취약지는 99개, 분만취약지는 33개, 소아청소년과 취약지는 33개로 필수의료서비스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의료인력 격차도 심각하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수(2019년 기준)는 서울이 3.1명인데 경북은 1.4명으로 45% 수준이다.

최종진 보건의료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15개 시군이 응급의료 취약지다. 강원도가 살기는 좋지만 안전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만들지 않으면 지역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공공병원 설립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취약지 기대수명, 7년 짧다…“정치인 안 부끄럽나”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새 정부에 제대로 된 보건의료 정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난 2년간 코로나 환자 80% 담당한 공공병원…적자 심각

시민사회에서는 공공병원(국립대 병원, 국립 의료원, 시·도립 병원)과 의료인력 확충이 지역간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공공의료 중요성은 커졌다. 공공의료기관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환자 80%를 담당했다. 전체 병상에서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공공병원 및 공공병상 비율 55.2%, 71.6%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줄어드는 속도에 비해 일반 진료량이 더디게 회복되며 공공병원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공병원 수익 악화가 메르스 사태 약 10배에 달하고, 경영정상화까지 최소 4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기준 전국 지자체의 전체 예산 대비 보건분야 예산 비중은 1.75%에 불과하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가 명확하다”면서 “지역에서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공공의료에 투자하지 않고, 수도권은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공공의료 투자가 부족했다. 수도권과 지역 모두 공공의료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대다수 지방선거 후보자들 “공공의료 확충 동의”…홍준표 후보 답변 유보

나 위원장은 “대다수 지방선거 후보자가 공공의료 확충과 지방의료격차 해소에 동의했다”면서도 예외적인 사례로 대구를 언급했다.

나 위원장은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원한 전적이 있는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만 제2의 대구의료원 설립이나 공공의료확충 문제와 관련해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구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전국 특·광역시 중 종합병원 비중이 가장 낮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공약한 후보들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과 함께 필수의료서비스 국가책임제 등 공공의료 확충과제를 담은 9.2 노정합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시대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이 되고 국립중앙의료원 투자가 강화된 점은 분명 환영할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일선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최전선의 지방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나 인력 확충은 미흡했다”면서 “지방 소멸의 시대, 인구 절벽의 시대에 지방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려면 무엇보다 공공의료가 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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