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례적’ 행보 의미는…‘중국견제 or 실용외교?’

신율 “안보를 중심으로 한 실리적 외교”
최요한 “희토류 무기화 피해 우려”

기사승인 2022-05-23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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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례적’ 행보 의미는…‘중국견제 or 실용외교?’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조바이든 미국대통령(왼쪽부터)과 윤석열 대통령이 단상에 섰다.   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이 매우 이례적으로 성사되면서 그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회담에는 중국 견제에 대한 메시지가 담겼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략물자로 구분되는 반도체와 차량 공장 등을 방문하자 중국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2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반적인 외교 관례상 일본을 먼저 방문한 후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을 우선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방문한 것도 유례없는 행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9일 평택 소재 삼성 반도체 공장에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고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현장을 봤다”며 “삼성처럼 성장하는 기업이 한국과 미국이 나아갈 길을 만드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반도체는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45년 만에 최초로 미국 경제가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과 동맹이 가까워졌고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오랫동안 말한 듯이 미국을 반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배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장벽을 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윤 대통령과 저는 공장을 방문했고 한미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개발했다”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충격에 대비하고 우리 경제에 경쟁 우위를 주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지역으로 규범에 기반을 둔 질서를 구축하겠다”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방산분야의 FTA인 국방상호조달협정 협의를 개시해나가겠다”며 “대통령실 간에 경제 안보 대화를 신설해 경제 안보 분야에서 수시로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에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이 참석한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앞서 한미정상회담과 같이 ‘중국 견제’ 키워드를 남길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에 중국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청년보는 “바이든 정부로 인해 한국이 방향을 틀면 양국과 국민의 이익은 해를 입는다”고 보도했다. 또 선전위성TV는 지난 22일 중국 국제문제 평론가 류허핑이 “한국이 IPEF에 참여하는 것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라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정상회담 ‘이례적’ 행보 의미는…‘중국견제 or 실용외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실용적 외교’ vs ‘위험한 외교’

정치·외교 전문가들의 의견은 ‘실용주의 외교’와 ‘위험한 외교’로 엇갈렸다. 중국이 외교적 입장에서 국내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해석과 미국이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으로 나뉘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등 중립국들이 나토 가입을 하는 것을 보면 양쪽 눈치를 보면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IPEF를 고려해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우리나라에 무언가를 해줬다면 이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긴 어렵다”며 “우리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왜 미국 편을 드느냐’는 중국의 논리는 설득력이 크지 않다. 외교적 실리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제2의 교역국이라고 하지만 중국 경제가 언제까지 증폭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미국에 각종 시설과 공장을 투자해 본토의 경제를 부양하게 되면 국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동으로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안보에서 더 강한 우위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IPEF가 정확하게 내용이 나온 것이 없다. 협정도 아닌 프레임 워크로 끝나는데 이는 ‘골조’를 의미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표준화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중국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 IPEF는 ‘반 중국 반도체 동맹’으로 해석된다”며 “화웨이가 전 세계 물량의 20%를 차지했는데 미국의 견제로 중국 내에서도 5위권 밖으로 밀려 회사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우려하는 것은 IPEF가 가동될 경우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 쿼드정상 회의를 구성했지만, 인도가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한국을 중심으로 한 IPEF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중국이 ‘희토류’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의 90%에 해당하는 생산량을 가지고 있다”며 “최첨단 산업용 부품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원자재이기 때문에 무기화가 될 경우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앞서 일어난 요소수 사태는 중국 내 비료문제 때문에 발생했음에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했다”며 “고의적으로 희토류를 무기화했을 때는 그 피해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아울러 “회담 결과를 보면 미국은 군수물자 판매, 대 중국 견제, 투자 유치 등 실질적인 이익을 보게 됐다”며 “한국은 명분만 얻었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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