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사퇴로 초대 복지부 장관 흑역사 재연

지명 43일만에 물러나…역대 정부 사례는

기사승인 2022-05-24 11: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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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사퇴로 초대 복지부 장관 흑역사 재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자진사퇴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자녀 의대 편입 의혹, 군 병역 의혹 등으로 지명 43일 만에 물러났다.

복지부 장관 흑역사가 재연되는 모양새다. 역대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을 살펴보면 조기 낙마한 사례가 많았다. 후임이 임명되는 데도 유독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역대 정부 보니… 조기 낙마‧항명 파동 사태도

김영삼 정부(문민정부) 첫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 전신) 장관은 임명 9일만에 사퇴했다. 1993년 2월26일 임명됐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3월7일 사퇴했다. 김영삼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복지부 장관이 9번 바뀌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국민의 정부) 역시 주양자 초대 복지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임명 58일만에 직을 내려놨다.

이명박 정부의 첫 복지부 장관은 출범 100일 만에 물러났다. 당시 첫 내각이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한 탓이다. 

다만 김성이 초대 복지부 장관은 후보자 때부터 논문 표절, 공금 횡령 의혹, 국적을 포기한 딸의 건강보험 부정 수급 문제 등이 불거지며 야당(통합민주당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김 장관이 6월10일 사의를 표명한 후 후임 장관이 8월6일 임명되기까지 두 달여간 사실상 장관 공백 상태에 놓였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대 복지부 장관이 사표를 제출하며 업무를 거부하는 ‘항명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진영 장관은 당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정부안을 놓고 ‘복지공약 후퇴’라고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며 공식적으로 만류에 나섰지만 진 장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진 장관은 복지부 출입기자들에게 의원실 보좌관 메일을 통해 사퇴서를 제출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결국 진 장관이 직에서 물러난 뒤 후임 문형표 장관 인선에 심한 진통을 느끼며 두 달가량 장관 자리는 공석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이후 복지부 장관을 임명하기까지 55일이 걸렸다. 5월 취임한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3일 마지막으로 복지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임명하며 1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5월부터 하마평은 무성했지만 문 대통령이 복지부 장관 인선을 마지막까지 미뤘다. 당시 청와대는 유력 후보자들이 검증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대안 카드를 찾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호영 사퇴로 초대 복지부 장관 흑역사 재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혹 백화점’ 정호영, 결국 백기… 길어지는 ‘방역 공백’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 전 후보자는 지난달 10일 지명됐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이던 시절 딸과 아들이 잇따라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일이 알려지며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졌다.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가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아들이 ‘첩추협착’이라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판정을 받은 탓이다.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정 후보자 아들은 지난달 21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재검사를 받기도 했다.

정 후보자 본인도 무단 겸직, 법인카드 부적절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후보자가 병원을 맡았던 3년 간 경북대병원은 장애인 고용률, 청렴도, 환자 만족도, 응급의료기관평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진료 실적 등 다양한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라는 내용이 담긴 과거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두고도 자격 시비가 일었다.

다만 정 후보자는 장관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저에 대한 의혹들은 전부 근거가 없다고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가 없다며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뒀다. 

국회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윤 대통령은 재송부 요청을 하며 강행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며 정 후보자 자진사퇴 관측이 나왔다.

결국 정 후보자는 지난 23일 밤 입장문을 내고 “수많은 의혹이 허위였음을 입증했으나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 신분에서 낙마한 사례는 정 후보자가 처음이다.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보건복지 사령탑 공석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2주가 됐지만 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문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사표를 내고 휴가에 들어갔다. 

현재 복지부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정책 설계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이 ‘과학 방역’을 내세우며 출범 100일 이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 체계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만큼 빈자리는 클 것으로 보인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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