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2-05-24 17: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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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들어봤더니]
기자회견 기념 사진을 찍는 황희찬.   연합뉴스

황희찬은 2020~202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의 RB 라이프치히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벤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자신을 지도하던 제시 마치 감독이 라이프치히로 왔지만, 여전히 그에게 기회는 없었다.

지난해 8월말 독일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결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울버햄튼으로 떠밀리듯 임대 이적했다. 울버햄튼은 이전부터 황희찬에게 몇 차례 관심을 보였던 구단이다.

울버햄튼 유니폼을 갈아 입은 뒤 황희찬은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이적 직후 리그 데뷔전인 왓포드의 4라운드 경기에서 골을 넣더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7라운드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어 9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도 또 한 번 득점포를 가동했다.

울버햄튼 이적 직후 6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팀의 기대주로 떠오른 그는 지난 1월 2026년까지 완전 이적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월에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한 달 가까이 결장했고, 이전 같은 폼을 찾지 못했다. 후반기에 1골 1도움에 그친 황희찬은 올 시즌 31경기 출전 총 5골 1도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귀국 후 24일 서울 강남구 나이키 Circle 81 기자회견을 가진 황희찬의 소감을 들어봤다.

황희찬이 말하는 영국 생활

“EPL과 분데스리가는 성향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 선수들은 피지컬이나 전술적으로 더 강했다면 EPL은 공수 전환이 굉장히 빠릅니다. 보는 사람도 더 재미가 있고, 뛰면서도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관중석과 경기장도 가까워 더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 경기가 굉장히 소중하고 좋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직관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소속팀에 포르투갈 선수들이 많아서 언어도 배우면서 친해지고 있습니다.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습니다. 포르투갈 선수들이 모여있어도 외국인 선수들이 오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선수들의 세심한 배려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로맥 사이스, 주앙 무티뉴, 주제 사 선수와 가장 친합니다. 특히 베테랑인 무티뉴 선수와는 사우나도 같이하고 진지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 등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물어봅니다. 식당을 추천해준 적도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기대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울버햄튼에서 쉴 때는 계속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쉬는 날이 적지만, 최대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즌을 보냈습니다.”

황희찬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들어봤더니]
득점 후 환호하는 황희찬.   AP 연합

만족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울버햄튼에서 첫 시즌

“한 시즌 동안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축하 받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점수로 제 자신을 매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잘 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시즌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독일에 있다가 영국으로 급하게 이적했습니다. 당시에 팀이 3경기를 치른 상황이었고, 이적 직후 A매치 기간이라 대표팀 경기를 치르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울버햄튼의 전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로 했는데, 바로 경기에 나서면서 골을 넣었고 팀 성적도 좋아졌습니다.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적응을 잘 하다가 부상을 당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던 순간입니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부분이 득점도 있지만, 팀에서는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에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격 포인트와 다소 거리가 멀었습니다. 경기력이 괜찮았던 경기도 있었는데, 공격포인트가 없어서 아쉬운 적도 있습니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이행하면서 공격 포인트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PL에는 정말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직접 부딪혀보며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 선수가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리버풀의 조엘 마티프도 힘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습니다. 브라이튼의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도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득점해서 팀이 이겼을 때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힘을 얻었을 때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반면에 좋은 경기를 하고, 감독님께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힘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제 자신을 되돌아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칭찬도 할 수 있는 시즌이지만, 아쉬움도 강했던 시즌입니다. 스스로한테 동기부여가 되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계 뿐만 아니라 공격 포인트도 같이 올리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리그인 EPL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노력해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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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부츠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은 손흥민.   AP 연합

자극이 되는 선배 손흥민

“(손)흥민이형과 같은 리그에서 뛰다보니, 형의 활약상을 자주 챙겨보는데 너무 대단합니다. EPL에 아시아 선수가 손에 꼽는데, 한국을 대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굉장히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 역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EPL 득점왕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저 역시 기록에 도전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발전하고 싶습니다. 같은 리그에서 뛰는 만큼 저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흥민이형을 통해서 자극을 받고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만 하지 않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뛰려고 합니다.”

“득점력을 흥민이형의 장점으로 꼽겠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선수마다 힘든 순간이 있는데 흥민이형은 그 순간을 이겨내는 힘이 상당히 큽니다.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때 그걸 이겨내는 게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같은 선수로서 본받을 점입니다. 저 역시 시련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순간이 오면 더 잘할 수 있는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흥민이형을 목표를 삼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선수로서 굉장히 존경하는 선수입니다. 대표팀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떻게 해야 분위기가 더 좋아질지. 경기력이 더 좋아질지’ 이야기 합니다. 올해 월드컵이 있고 굉장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몇 개월 동안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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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물을 마시는 황희찬.   연합뉴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의 저를 만든) 터닝 포인트는 크게 없었습니다.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 정말 노력을 했습니다. 항상 좋은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힘든 순간입니다. 그 순간에는 가족들이 정말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축구 외적인 것들을 컨트롤 해주셔서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잘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국가대표가 되고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다른 사람에게 축구를 배우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선수라면 끊임 없이 발전해야 합니다. 좋은 순간이 있고 나쁜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순간에는 느낌을 살려서 그 모습을 이어가려고 하고, 힘들고 좋지 않은 순간에는 이겨내려고 노력을 합니다. 몸은 정신이 지배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비시즌 때도 잘 할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배우려고 합니다. 축구를 가장 잘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후배들이 언어 공부를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오스트리아를 갔는데 외국어를 잘 못해서 친구들과 가까워지지 못했고, 경기력에도 영향이 미쳤습니다. 첫 6개월은 독일어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습니다. 언어에 적응이 되니 축구를 할 때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고 적응에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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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전서 득점 후 동료들과 하트 세리머니를 하는 황희찬(오른쪽).   대한축구협회(KFA)

다가오는 월드컵에는…

“팀에 포르투갈 선수들이 많은데 월드컵에서 상대합니다. ‘만나면 유니폼 교환하자, 더 강하게 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했던 선수들이 많습니다. 아직은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진지한 생각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는 6월 친선전에서) 당연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홈경기인 만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번에도 많은 팬들이 오실 거라 생각하는데 더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응원, 힘을 보내주셔서 많은 힘이 됐습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음 시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더 많은 응원을 부탁립니다. 대표팀에서도 큰 경기들을 앞두고 있고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월, 9월, 그리고 월드컵까지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남=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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