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뒤흔드는 개딸들...새로운 정치 형태로 떠오르나

“개딸들, 기존 정치 질서의 완고함에 도전”
“맹목적 팬덤 정치 아닌가. 개혁에 일관성 없어보여”

기사승인 2022-05-25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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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뒤흔드는 개딸들...새로운 정치 형태로 떠오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팬덤을 중심으로 당에 대거 입당한 2030 ‘개딸’들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팬덤 정치’에 휩쓸려 당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반면 개딸 현상이 기존의 팬덤을 넘어 한국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따른다. 

천방지축인 딸을 일컫는 말이었던 개딸이 정치권에서는 개혁의 딸이라고 불린다. 사실 기존의 선거 정치에서 2030대 여성들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변부에 있던 여성들은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들(이대남)이 집단적으로 정치적 표현을 하기 시작한 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남녀평등, 여성인권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여성정책을 냈던 이재명 위원장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지지에 나섰다. 

대선 이후, 이들은 이재명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 이재명을 ‘아빠’라고 부르며 ‘잼칠라(재명+친칠라)’라는 애칭을 만들었다. 이 위원장도 이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잔아’라는 말투를 사용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 위원장은 이들을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형태”라고 했다. 

이러한 이재명 팬덤 현상을 넘어 이들은 지금 민주당 전체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이들은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내부 총질을 멈추라’며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이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에게 책임을 요구한 점 등을 지적하며 지방선거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대선 직후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라는 등의 문자 공세를 펼쳤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1004원’ 등 후원금 세례를 하며 표현을 대신하기도 했다. 

개딸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치 소비자들의 형태라고 봤다. 기존의 주류 질서와 달리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방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선 이후 뭉치게 된 새로운 정치 소비자들이 기존 주류 질서와는 달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의 2030세대 당원들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선에서 지고 곧바로 있는 선거에 이렇게 힘있게 결합하는 집단은 없었는데, 생겼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기존 정치 질서의 완고함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 맹목적 팬덤 정치 우려도.“개혁에 일관성 없어 보여”

당내에선 개딸 현상에 대해 맹목적 팬덤 정치가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당 쇄신과 개혁을 위해 앞장섰던 박 위원장에게는 사퇴 촉구를 하면서 이재명과 관련된 논란 등에는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그 분들이 무엇을 지지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개혁의 딸이라고 했지만, 박지현 위원장이 얘기하는 것은 개혁적인 게 아니냐”며 “그들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는 것 같고 행동도 바뀌고 있다. 또 어떤 사람으로 특정되지 않으니 개혁에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가 이재명이고, 이재명이 나인 듯한 행동들을 보이면서 이재명 위원장에 동화되는 것이 걱정된다. 팬덤에 그치지 않으려면 민주당에 동화되어야 한다”며 “지금은 맹목적으로 이 위원장만 지지하는 경향이 가장 커 보인다”고 했다. 

박지현 위원장도 이날 개딸 현상을 팬덤 정치로 바라보고 결별을 약속했다. 이어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개딸들은 이재명 지지로 끝나는 게 아냐. 변화와 혁신 촉구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개딸 현상이 맹목적 팬덤 정치로만 규정할 수 없고 기존의 팬덤을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페미니즘을 두고 단순 지지하는 것으로는 여성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표출하기 어렵다. 그 너머의 것들을 보는 것”이라며 “이들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기득권 세력, 패권 세력 등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것에 뒤늦게 여성들이 반기를 드는 것이고 페미니즘을 넘어서 정당의 전반을 리세팅(재설정) 하는 것이다. 민주당답게 리세팅 하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반영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팬덤 정치는 특정인 중심이고 거기서 끝나는데 개딸들은 이재명 지지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한국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팬덤과는 전혀 다르다. 옛날 팬덤 정치는 맹목적인 지지였지만, 지금은 그들이 이미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개딸 현상은 팬덤 정치를 넘어서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다”며 “민주당이 민주당답게 나아가는데 하나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