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제한 없어요”…청년도 읽기 어려운 선거공보물 [쿡룰]

선거공보물 크기, ‘최대’ 제한 규정만
‘최소’ 제한 없어 불편↑...개선 필요

기사승인 2022-05-26 06:00:34
- + 인쇄
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최소 제한 없어요”…청년도 읽기 어려운 선거공보물 [쿡룰]
후보마다 크기가 제각각인 6·1 지방선거공보물.   사진=조진수 기자

“이렇게 작은데 뭘 보라는 거야?”


#1.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물을 읽으려던 20대 청년 A씨. 공보물 중 조그마한 명함을 발견했다. 빼곡한 글씨가 적혀있는 명함을 읽으려던 A씨는 작은 글씨 탓에 내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후보자의 전과기록, 인적사항 등이 궁금했던 그는 확인하는데 불편을 느꼈다.

#2. 40대 초반의 남성 B씨는 선거공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후보마다 공보물 크기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00원짜리 동전 몇 개 정도 겨우 올라갈 크기의 공보물을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안경을 써도 재산목록 등 수치가 잘 보이지 않았다. B씨는 잠시 ‘읽지 말라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중 누군가도 A씨, B씨와 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청년조차 읽기 힘들어하는 작은 공보물, 노인분들의 불편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겁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걸까요.

선거 자금 부족한 후보들의 ‘명함 크기’ 공보물
전문가 “최소 규정 논의될 필요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선거공보물 크기 규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65조 내에 공직선거관리규칙 제30조를 보면 후보자 공개 자료의 길이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규칙을 보면 선거공보 후보자 공개 자료의 크기는 길이 27cm·너비 19cm 이내로 정해져 있습니다. 점자형 선거 공보의 경우는 길이 38cm·너비 27cm 이내거나 길이 54cm·너비 19cm 이내로 규정했습니다. 

쿠키뉴스가 25일 선관위에 “최소 크기 제한은 없느냐”고 묻자 선관위는 “최대 크기는 있지만 최소 크기 제한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후보자 마음대로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 제한 없어요”…청년도 읽기 어려운 선거공보물 [쿡룰]
박병석 국회의장 명함과 크기가 비슷한 수준의 공보문.   사진=조진수 기자

실제로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선거 비용을 축소시키고 싶은 후보들은 공보물을 최대한 작게 만들기도 합니다. 범죄 이력이 있다든지 납세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후보들이 홍보물을 작게 만드는 때도 있을 테죠. 

홍보물 제작사에 문의해보니 A4용지 크기의 6매 이내 책자를 만드는 데는 한 부당 9173원이 필요했지만 명함을 만드는 데는 70매당 7000원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유권자들이 공보물을 읽을 때 불편할 거란 사실을 인지해도 선거 자금 마련이 어려운 후보들은 공보물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작은 크기의 공보물을 제작하기 일쑤입니다.

쿠키뉴스는 이날 선관위에 “명함 크기의 공보물을 받는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어렵다”며 작은 공보물에 대한 불편 해소 방안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최소 제한 없어요”…청년도 읽기 어려운 선거공보물 [쿡룰]
서울특별시교육감선거 후보자의 공보문이 100원 동전 8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다. 인적사항부터 재산 내역 등을 읽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전문가는 이에 대해 선관위가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소외 계층 유권자들도 적극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선거공보물이 작으면 점자로 읽어야 하는 분들이나 나이 많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정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런 불편함을 예방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습니다.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물을 보고 어떤 후보가 우리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선거공보물,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읽고 정보를 습득하도록 최소 크기에 관한 규정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작은 공보물을 만들 수밖에 없는 후보들을 지원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최소 제한 없어요”…청년도 읽기 어려운 선거공보물 [쿡룰]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