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핫플, 청와대 곳곳 돌아보니
- 한국적인 미 고스란히 녹아있어
- 울창한 숲 속서 땀 식히고 실개천에 손도 담그고
- 산책로 따라 미남불서 도심 조망 일품
- 다양한 볼거리에 관람객들 연신 감탄
- 춘추관 앞 잔디광장서 가족, 연인과 휴식
서울의 새 명소,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2주가 지나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간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된 ‘구중궁궐’ 청와대가 지난 10일 개방 후 다녀간 관람객 수가 40만을 넘어섰다. 문화재청은 영빈관과 춘추관에 이어 청와대의 속살인 본관과 관저 내부도 26일부터 공개에 들어갔다. 쿠키뉴스는 드론을 사용해 청와대 전경부터 반세기 넘게 일반인에게 민낯을 허락지 않았던 숲 속 실개천까지 구석구석을 카메라 담아보았다.
-관람객과 함께 청와대 구석구석 돌아보다
25일 오전, 문화재청에서 제공한 비표를 목에 걸고 관람객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영빈관 내부를 돌아보았다. 반짝이는 금장식과 천정의 화려한 샹들리에 외에는 식탁과 의자들은 모두 치워져 일부 관람객은 허전해하는 눈치다.
이날 아침 일찍 강원도 원주에 딸과 4살 손녀를 데리고 온 김기정(가명· 67)씨 부부는 “TV에서 익숙하게 봤던 영빈관이 생각보다 소박하다”면서, “국가의 중요한 손님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던 곳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즐거운 소풍”이라고 말했다.
영빈관에서 조경이 잘된 통로를 지나니 본관 앞 대정원이 나왔다. 관람객들은 블루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 담기에 분주하다. 일부 시민들이 애완견과 함께 여유롭게 본관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한 촌로는 어차피 내일부터 개방이라는데 본관에 잠깐이라도 들어가게 해달라며 경호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다.
그 사이 본관 후문을 통해 하루먼저 기자들에게 내부를 공개하기로 해 미안한 마음으로 살짝 들어섰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사진기자로 청와대 출입을 했었다. 실로 오랜만에 본관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걸려있는 ‘금수강산도’ 아래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 앞에 서니 감개무량이다.
2층 대통령 집무실부터 회의실, 접견실까지 둘러보고 구 본관(경무대)이 있던 수궁터로 향했다. 수궁터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돌로 만든 불로문(不老門)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녀들이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를 소원하며 불로문을 손잡고 2~3회 반복해 드나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불로문을 지나 구 본관 앞 넓은 공터에는 쉼터와 화장실이 있다. 이곳에서 잠시 물을 마시며 쉬어가도 좋다. 수궁터에 자리한 짐짓 몇 백 년은 되어 보이는 주목을 지나 낮은 언덕을 오르면 대통령 관저 출입문인 인수문이 보인다.
이 곳 역시 푸른 기와가 눈에 띈다. 우리 고유의 전통 양식의 뜰과 사랑채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채인 청안당(청와대에서 편안한 곳)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쉬기도 했겠지만 나라를 어떻게 잘 이끌어갈까 많은 고민도 했으리라~ 오늘부터는 관저 내부도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다.
관저를 나와 왼쪽 조그마한 연못을 건너면 산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나온다. 대략 5~6분 정도 약간 숨이 찰 정도로오르면 오색그림이 드리운 풍광의 ‘오운정’과 9세기에 조성된 통일신라 석불좌상 ‘미남불’이 기다리고 있다. 미남불 앞에서 푸른 기와 너머로 도심 빌딩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관저로 내려와 언덕 밑으로 향하니 관저 출입구에 붙어있는 황금색 봉황 문장을 배경으로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입구에서 몇 미터 내려가면 바로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이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인 침류각이 위치하고 바로 내려가면 대통령 기자회견 및 출입기자들의 기사송고실인 춘추관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국내외 귀빈을 맞아 의전행사를 했던 상춘재와 녹지원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삼거리에서 상춘재로 내려가 녹지원을 거쳐 춘추관으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춘재 가는 길 아래에는 아담한 연못과 실개천이 흐르고 쉴만한 정자도 있다. 정자 위편에 관저가 위치한다. 짙푸른 숲 아래 정자에서 카메라도 잠시 정비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손도 담가보고 상춘재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회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상춘재 아래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녹지원이 자리한다. 녹지원 맞은편에는 집무동인 위민관과 여민관 등은 셔터문이 내려져 있다.
녹지원에서 내려와 좌측으로 향하면 온실과 춘추관이 보이고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녹색의 잔디 위에는 야외용 대형쿠션인 빈백과 삼각형의 차광막이 가지런히 놓여 이색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기자들의 체취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춘추관까지 둘러본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른들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날리기도 하며 마음껏 잔디밭을 뒹군다. 아마 새 정부가 가장 바라던 풍경일 듯하다.
옛 청와대 헬기장에 마련된 쉼터에서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던 권마음(58· 수원)씨는 “오늘처럼 화창한 날 잘 가꾸어진 청와대는 어떤 관광지 보다 매력적인 것 같다”면서 “사위 덕분에 멋진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가는 곳 마다 사진 찍기 바빴는데 잔디밭에 마련된 텐트촌에 앉아 쉬는 것도 멋진 그림이다. 활력 넘치는 특별한 가족사진 많이 남겼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해질 무렵에는 드론을 띄워 청와대 전경과 고궁을 걸고 도심 풍경을 한 컷에 담았다. 물론 관계 당국의 사전 비행허가와 촬영승인을 받았지만 청와대 전경을 드론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니~
청와대 개방 관리 업무를 맏고 있는 문화재청은 일별 관람 시간과 관람 인원은 청와대 개방에 대해 여전히 높은 국민 관심도와 관람객의 쾌적한 관람 환경, 불편 초래 최소화 등을 위해 기존과 같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2시간 단위로 입장을 구분하고, 각 시간단위별 6500명씩 추첨을 통해 하루 총 3만9000명씩 입장하도록 하고 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