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온 지소연, 수원FC를 선택한 이유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2-05-26 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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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온 지소연, 수원FC를 선택한 이유 [들어봤더니]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지소연.   연합뉴스

2014년 일본의 INAC 고베에서 영국의 첼시 FC 위민으로 이적한 지소연은 정규리그 우승 6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등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섰다.

지소연은 첼시 유니폼을 입고 8년간 공식전 210경기에 출전해 68골을 터뜨렸다. 이는 팀 통산 최다 출전과 최다 득점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잉글랜드 리그에 데뷔하자마자 WSL 올해의 선수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비영국인 선수 중 최초로 WSL 통산 100경기와 200경기에 출전하는 등 굵직한 기록들을 남겼다.

첼시와 계약이 끝난 지소연은 많은 해외 구단들의 오퍼를 받았다. 아직 30대 초반인데다 세계적인 선수인 그를 노리는 구단들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그는 해외 구단들의 오퍼를 모두 뿌리치고 국내 무대 복귀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WK리그 수원FC 위민과 공식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무대로 왔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커리어를 국내에서 보내게 됐다.

26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지소연의 소감을 들어봤다.

잊지 못할 첼시에서 8년

“제가 2014년에 첼시에 입단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첼시도 8개 팀 중 7위를 하던 팀이었습니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좋은 선수들이 오면서 성적이 올랐습니다. 2014년에는 준우승을 하고, 2015년에는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웸블리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고 우승을 한 게 기억에 남네요. 제가 첼시 선수로 치른 마지막 경기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경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 홈구장에 5000명 가까이 관중이 들어옵니다. 첼시에서 마지막 경기는 웸블리에서 치렀는데 당시에 약 5만 명의 관중들이 오셔서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영국에 처음 갔을 때는 한국과는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첼시와 함께 발전했습니다.”

“영국은 굉장히 팬들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아직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국은 경기가 아닌 날에도 팬하고 시간을 갖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첼시 FC 위민은 남자 선수들과 같은 소속이다 보니 남자 선수들과 섞여 소통도 하고 촬영, 팬미팅도 합니다. 이런 문화를 통해 영국 여자축구가 성장한 것 같습니다.”

“영국 여자리그는 보통 주로 일요일에 진행됩니다. 공휴일과 평일에는 오후 7시 이후에 시작한다. 영국도 처음에는 여자축구 중계가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BBC, 스카이 스포츠를 시작으로 중계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스폰서도 생기며 발전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유럽과 격차가 있지만 좁혀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소연, 수원FC를 선택한 이유 [들어봤더니] 
입단 기자회견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지소연.   연합뉴스

수원FC를 선택한 이유

“12년 정도 해외 생활을 하고 국내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팬들 만나게 돼서 반가울 따름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입단식을 진행하면서 ‘내가 한국에 왔구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돌아왔을 때 집밥이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국에 오니깐 매운 음식이 먹고 싶었습니다. 일주일간 바쁘게 지냈습니다. TV 예능도 찍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아 목욕탕도 다녀왔어요.”

“수원FC는 국내에서는 남자와 여자팀을 같이 운영하는 최초의 구단입니다. 첼시와 운영이 비슷한 느낌이라 제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제가 수원FC에서 뛸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김호곤 단장님과 수원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등번호를 91번으로 선택한 이유는) 제가 1991년생이라서 91번을 선택했습니다. 또 팀에 전은하 선수가 10번을 달고 있는데, 후배 선수의 등번호를 뺏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9 더하기 1은 10이잖아요? (간접적으로 10번을 단) 그런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91번은 처음 달아보는 등번호입니다.”

“WK리그는 진행하는 시간대가 저에게는 아쉽게 느껴집니다. 목요일 오후 4시와 6시에 경기를 합니다. 저를 기다리신 팬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러 오실 때 편하게 보시기 위해선 요일과 시간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팬들도 쉽게 경기를 보러 오시기 편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 오랜 만에 왔기 때문에 팬들하고 많이 만나고 싶은 생각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소연, 수원FC를 선택한 이유 [들어봤더니] 
입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읠 질문에 답변하는 지소연.   연합뉴스

기다려, 인천 현대제철

“제가 일본에서 3년을 뛰었고, 첼시에서 8년 6개월 가까이 있었습니다. 총 12년 정도 해외에서 뛰었는데, 수원FC에 들어가서 후배들에게 제가 경험한 것들을 많이 공유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배 양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인천 현대제철이 9년 연속 통합 우승을 했고, 경주 한수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들의 경쟁 상대가 되면 리그가 더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성적 보다는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선수들과 친해져서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올해는 적응을 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20살 이후로 한국 선수들과 리그를 같이 뛰어 본 경험이 없어서 상당히 설렙니다. 인천 현대제철에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라운드에서는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 싸워야 하는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 현대제철이 WK리그를 독식하고 있지만, 이제는 조금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온 만큼 수원FC가 상대 팀들에게 만만치 않다는 경각심을 올 시즌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현재 수원FC가 4위를 하고 있는데 후반기부터 쭉쭉 치고 올라와서 플레이오프에 가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경기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후반기 등록하는 7월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6월 중순에는 대표팀 소집이 있습니다. 먼저 수원FC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입니다.”

“제가 첼시에 있을 때는 A매치를 소화할 때 이동 거리가 멀어서 몸에 부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왔고, 2023년에 있는 호주 월드컵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2019년 대회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이 힘들지만 A매치가 많이 있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콜린 벨 감독님이 오신 이후에 A매치가 많이 생겼습니다. 힘들지만 기쁜 마음이 큽니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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