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차에 '통풍시트' 빠진 채 출고...소비자 불만 팽배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영향

기사승인 2022-05-27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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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차에 '통풍시트' 빠진 채 출고...소비자 불만 팽배
BMW 뉴 5시리즈. BMW 제공

"7000만원짜리 차에 통풍시트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돈을 더 추가해도 넣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차를 사야하나 망설이게 되네요."

차량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될 기미가 안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내후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자동차업체들이 신차 출고를 앞당기기 위해 일부 차량에서 편의사항을 뺀 '마이너스 옵션'으로 출고하면서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일부 차량에 전동 시트 메모리 기능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통풍 시트 등을 제외하고 판매하고 있다. BMW도 엔트리급 트림에서 실내 센터페시아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의 ‘터치 기능’과 차량의 주변을 스크린에 송출해주는 ‘서라운드 뷰’ 기능을 제외했다. 서라운드 뷰는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 진출입, 주차 등을 할 때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기능이다.

또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운전석 앞 유리창에 비춰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기능도 일부 모델에서 뺐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시기에 따라 옵션이 달라진다"며 "그 대신 다른 옵션을 추가하거나 가격을 할인해준다"고 설명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포르쉐는 일부 차종에 스티어링 휠의 높낮이 및 전후 위치를 전동으로 조절하는 스티어링 휠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을 빼고 수동으로 조절하는 레버를 장착하고 출고 중이다. 해당 기능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 위치를 전동으로 조작해 설정해두면 시동을 끌 때 운전자의 하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자동으로 높낮이와 돌출 정도를 조정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능을 추후에 탑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서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지만 할인액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벤츠의 경우 현재 LTE모듈을 제외한 채 출고를 진행하지만, 향후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 되는대로 LTE 모듈 기능에 대해서는 차후 무상 탑재해 줄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차량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브랜드는 올해 한국 시장 출시를 계획하고 있던 차량의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연말 수입차 업계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모델도 일부 옵션이 빠진 채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신차가 옵션 빠진 채 판매되는 탓에 중고차 가격은 상승세다.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부 차량은 신차 가격보다 중고차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감가상각으로 가격 하락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부 인기 있는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 반도체 부족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차량 부족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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