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소프트웨어 활용, ‘잰걸음’ 시작

요양급여·선진입 의료기술 적용 첫 사례 등장

기사승인 2022-06-22 17: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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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소프트웨어 활용, ‘잰걸음’ 시작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국내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 개발 증가에 비해 더뎠던 기기 ‘활용’ 방안이 잰걸음을 시작했다. 올해 관련 정책이 개선되고 급여 적용 사례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2013년 첫 승인이 떨어졌다. 이후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91건이 승인됐다. 

또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혁신의료기기 제도로 허가한 19개 제품 중 11개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질병의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빠른 시일 내 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활용은 거북이걸음에 가까웠다. 

업계가 혁신의료기술 제도를 적용 받아 품목허가를 받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코드를 받고 수가를 인정받은 기기가 없다보니 활성화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개발해도 활성화는 힘든 ‘반쪽 자리’ 지원 체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뷰닛의 AI 소프트웨어 2개 제품이 심평원의 문을 열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사업 규제 개선으로 ‘네거티브 규제’를 내보이면서 본격적인 정책 개선에 시동이 걸렸다.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최초 심평원 급여 적용 사례 등장

지난 9일 뷰노의 인공지능 기반 뇌 정량화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브레인’이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뇌 MRI 검사에 활용할 경우 3차원(3D) MRI 촬영 및 판독 행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활용한 뇌 MRI 검사 시 일반 뇌 MRI 촬영 및 판독보다 약 8만원 높은 수가를 갖는 3D 뇌 MRI 촬영(HI501) 및 판독(HJ501) 행위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제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한국형 인공지능 ‘닥터앤서’ 사업 일환으로 서울아산병원이 함께 개발했다. 지난 2019년 6월 식약처로부터 인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이번에 심평원 급여 결정을 받은 첫 제품이 됐다.

또한 뷰노의 심정지 예측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로부터 선진입 의료기술로 확정돼 최대 3년간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최장 3년간 임상 효능 근거를 확보하고 시장 진출 및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급여화 적용을 위한 직전 단계로도 볼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의료기기 소프트웨어가 혁신의료기기로 인정받은 이후 급여화에 가능성이 제기된 첫 번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A는 “의료 AI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번 뷰노의 요양급여 적용, 선진입 의료기술  사례에 관심이 높다. 개발 제품이 많아 시장은 커지는데 제대로 상용화된 제품은 없어 모두의 근심거리였기 때문”이라며 “경쟁업체가 아닌 동종업계로서 이번 상황은 산업 성장에 긍정적 영향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례는 명확히 건강보험 적용에 포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대 해석하기 보다는 수가나 급여화로 이어지도록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활성화는 조금 아쉽다

지난 10일 식약처는 ‘신산업 기업애로 규제개선 방안’ 확정에 따른 6가지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중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변경허가제도를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기는 경미한 허가사항이 바뀌는 경우에만 변경 허가가 면제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대한 변경 사항에만 변경 허가를 받으면 된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의료장비와 같은 하드웨어와 다르게 특성상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비교적 자주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이는 사소한 부분을 바꾸더라도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인력, 시간 소모가 컸다.   

또한 개선된 제품을 빠르게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B는 “의료기기 SW 변경허가 제도에 대한 개선은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이 역시 활성화에 미치기엔 부족하다. 의료기기 SW와 같은 기존에 없던 기술은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결국 시장 진입을 하지 못하면 활성화 한계가 있다.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선진입 허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는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포함 디지털 헬스케어의 정책의 변화가 빠른 만큼 상용화 루트도 신속하게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C는 “새 정부의 바이오헬스케어 지원 정책은 업계 전반의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가 인공지능 의료분야의 필요성과 미래 성장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도 AI 등 혁신기술을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전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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