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新중년’ 어머니의 버킷리스트 [놀이터통신]

베이비붐 세대 인생 2막 진입
살림·육아 떠나 공부·봉사·프리랜서 등 다양한 활동

기사승인 2022-06-27 06: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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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新중년’ 어머니의 버킷리스트 [놀이터통신]
이정숙(가명·61세)씨가 지난해 사회복지사 실습에 나간 모습. 사진=이씨 제공

직장인 등은 통상 60세 전후로 은퇴합니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지난 2020년부터 고령층(65세 이상)에 진입을 시작해 인생 2막을 여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요. 

현재의 60대 상당수는 은퇴가 일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고된 삶을 내려놓고 부모님이 여유로운 삶을 살길 바라는 자식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은 더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했던 여성 베이비부머도 인생 후반전을 위해 사회로 나가는 분위기입니다. 50대 후반~60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주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지순(가명·68세)씨는 30년 넘게 서울의 한 지역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다 60세가 넘어 은퇴했습니다. 쉬지 않고 일해 고단했던 젊은 날과 바꾼 세 자녀는 외국 대학을 졸업해 직장에 들어가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자녀 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났지만 박씨는 몇 년 전 분식집을 시작했습니다. 

박 씨는 “은퇴 후 가족,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잘 쉬었지만 그때 뿐이더라. 집에서 노는 게 싫어서 김밥 집을 열었다”며 “내 자식들 키웠을 때를 생각하며 집 밥처럼 만들려고 노력한다. 자식들은 내가 고생한다고 안 좋아하지만, 가게를 찾아주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너무 좋고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순(가명·67세)씨는 결혼 후 30년 넘게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습니다. 남들은 은퇴를 앞둔 시기인 50대 후반 자녀의 취업과 함께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현재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지역 어르신 일자리 연계를 통해 학교 급식도우미, 스쿨존 교통지도를 했고 공유냉장고인 ‘모두의 냉장고’ 사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김씨는 “일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을 하면서 적지만 돈도 벌고 친구도 생겼다”며 “지역과 연계된 일을 하며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받는 것이 가장 기쁘다”이라고 했습니다. 

인생 후반전, ‘新중년’ 어머니의 버킷리스트 [놀이터통신]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 박효상 기자

임윤희(가명·65세)씨는 현재 인천의 한 요양시설에서 주 3일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운영했던 슈퍼마켓을 정리한 지 한달여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은퇴를 하기 전 미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 덕분입니다. 

임씨는 “앞으로 살 날이 많으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건 당연하다. 쉴 때 침대에 누워 모바일로 건강식품을 사거나 홈쇼핑을 하고 남편과 함께 마실 술을 냉장고에 채워두는 게 낙이다. 이런 삶을 위해선 벌어야 한다”라며 웃었습니다. 이어 “자식들도 가정 이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부담주고 싶지 않다”며 “일이 힘들긴 하지만 보람도 된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정숙(가명·61세)씨는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린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고교를 제대로 졸업할 수 없었던 이씨는 4년 전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검정고시를 보고 돌아오던 길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회상했습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지금은 젊은 시절부터 꿈이었던 신학 공부를 위해 교육원에 다니며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씨는 “버킷리스트였다”며 “공부 때문에 주눅 들고 살았는데 늦은 나이지만 공부해서 원하던 대학도, 자격증도 딸 수 있었다. 평생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했다.  

유희선(가명·60세)씨는 20년 전 경력단절이 됐습니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손녀들의 육아를 담당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텅 빈 집에 유씨 혼자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합니다. 몇 달 전 유씨는 가사도우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프리랜서와 같이 홈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날짜, 시간에만 근무를 할 수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고 합니다. 

유씨는 “자식들이 (힘들까봐) 그만두라고 성화다. 사실 그런 관심도 너무 좋다”라며 “무엇보다 힘든 일을 끝내고 마치고 먹는 밥이 꿀맛”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은퇴가 건강 및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2017)에 따르면 은퇴는 직접적으로 고령자의 주관적 건강상태를 19.3% 악화시키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5.1%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은퇴 이후 삶을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고민이 이전부터 필요한 이유인데요. 

인터뷰에 참여한 4명의 60대 여성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60대는 너무 젊어”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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