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장관님, 그래서 어쩌겠단 겁니까

김현숙 “폐지하나 기능은 유지” 발언에… 여성단체 “어불성설”
폐지 몰두하기 보단 당면과제 집중하란 지적도

기사승인 2022-06-25 0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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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장관님, 그래서 어쩌겠단 겁니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방문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의 한계를 고려할 때 폐지는 명확하다. (다만) 하고 있는 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새롭게 수행할 지 모색하겠다.”(16일, 기자간담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가부 조직 자체는 폐지하되, 그 기능은 살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부처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여가부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다루는 이슈가 굉장히 다양하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데 비해 인력, 예산, 권한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부모 가족, 다문화가족, 학교 밖‧위기 청소년 등을 지원하는 여가부의 사업을 열거하며 “촘촘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들은 ‘부처 폐지’와 ‘기능 유지’라는 목표가 모순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전국 107개 여성단체는 17일 성명을 내고 “여가부가 하고 있는 기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면서도 부처 폐지 입장을 반복하는 건 어불성설의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어 “여가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부처 폐지가 아니라 강화다. 성차별적인 한국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장관은 여가부 폐지 입장을 철회하고 성평등 전담부처인 여가부를 강화하는 비전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 장관이 부처 개편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온 탓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후보자 말씀을 들어보니까 여가부 너비를 넓히고 깊이 더 보완해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말씀 같다. 우리가 이런 것을 추구할 때 폐지한다고 말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여가부 폐지가 아닌 여가부 개편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지 않느냐는 취지다. 

여가부 조직 개편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도 아직 뚜렷한 행보는 없다. 여가부는 17일부터 부처 내 전략추진단을 설치해 여가부 안을 제시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계획도 내놓진 못했다. 여가부 전략추진단 관계자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여성‧가족단체와 간담회 등 의견을 청취할 계획을 세우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여가부가 폐지 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국회 동의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부처 폐지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우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의지만으론 법 개정이 어렵다. 당장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폐지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여가부가 폐지를 위한 작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당면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여가부 존폐를 결정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의될 때까지 김 장관은 내년도 예산 확보와 당면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지 않고 직무 유기를 하면서 관망만 할 건가”라며 “즉각 여가부 폐지 논의를 멈추고 하루라도 빨리 정신 차릴 것을 요구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여가부가 없으면 성평등, 학교 밖 청소년, 한부모, 다문화,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 법률 제안권, 예산 편성권, 집행 권한 모두 불투명해진다”며 “장관이 쉽게 던지는 여가부 폐지 발언에 여성 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한부모, 다문화 가족은 찾아갈 곳이 없을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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