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자기정치’…6월 한 달간 게시글 55개

6월 1~30일 게시글 55개
기사 공유부터 짧은 메시지까지
전문가 “양날의 검 될 듯”

기사승인 2022-07-04 17: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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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자기정치’…6월 한 달간 게시글 55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안소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기정치’를 선언하면서 6월 한 달간 페이스북을 통해 55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최근 이 대표는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친윤계와 당권 경쟁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일상을 올리기도 하며 국민과 소통했다. ‘대중소통’ 방식으로 세력을 구축해나가던 이 대표는 지난 6월에 55건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남겨 자신을 향한 공격에 맞섰다.

혁신위 카드 꺼낸 뒤 견제받는 李…“어차피 기차는 간다”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지난달 2일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 출범 예정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오늘로 총선이 678일 남았다. 누적된 정당 내 모순을 풀어나가기엔 부족한 시간”이라며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혁신위를 통해 개혁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썼다.

그는 온라인 당원 가입 독려 글도 꾸준히 올리는 등 당 대표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 대표를 향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에 나서며 잡음은 계속됐다. 정 의원은 5선 중진으로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로 불린다.

이 대표는 정 의원의 말을 의식한 듯 지난달 6일 “어차피 기차는 간다”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고 우크라이나에서도 활발히 SNS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오후에는 정 의원이 지난 4월 30일 “우리 국회도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쓴 글을 공유하며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달 7일에는 “우크라이나 의원들이 우리 방문단의 선물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시가 달린 육모방망이 비슷한 걸 주셨다”며 “자유의 영원한 존립을 위해 잘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2017년 대선 패배 당시 “보수 존립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로 무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달 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후에도 매일 당원 가입 독려 글이나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 글을 게시했다. 또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자신을 향한 조롱 의미의 만평을 올리자 이에 대해 “신경 꺼라”고 맞서기도 했다.

윤리위 앞두고 갈등 심화…새치 뽑은 사진 올리기도

이 대표는 윤리위 회의 전날인 지난달 21일 오후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 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고 페이스북에 심경을 토로했다. 로마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스키피오 아푸리카누스는 37세의 젊은 나이로 로마 감찰관 자리에 오르지만 후임 감찰관인 마르쿠스 카토의 음모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대표도 스키피오와 같은 나이다.

윤리위는 지난달 22일 긴 회의 끝에 오는 7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기우제식 징계’라며 비판에 나섰고 혁신위 출범을 통해 ‘자기정치’를 본격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장제원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과도 갈등을 겪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은 지난달 23일 이 대표와 배 의원의 공개적 충돌을 두고 “이게 대통령을 돕는 정당이냐”고 했다. 이 대표는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디코이(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고 응수했다.

그 후 26일에는 “동시에 흰머리 세 가닥은 처음 뽑아본다”며 자신의 새치를 뽑은 사진을 올렸다. 당 내홍으로 스트레스가 극도로 달한 상태를 표현했다고 분석된다. 

전문가 “SNS, 너무 많이 하면 권위 떨어뜨릴 수도…양날의 검”

전문가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 행보’를 보고 ‘양날의 검’이라고 우려했다. 대중과 소통할 좋은 창구가 페이스북이지만 과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중과 소통하려면 SNS가 좋은 창구”라며 “정치인은 지지자들을 포함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해서 SNS를 활발하게 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페이스북 행보의 긍정적인 면을 평가했다. 

그는 “다중 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에 균형 잡힌 SNS 활동을 한다면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도한 글 작성은 경계했다. 그는 “SNS 영향력이 커지면 좋지만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며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실수하면 적을 많이 만든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이 말이 많다는 건 좋은 조건이 아니다”며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줄어들 수 있고 대변인의 말 같은 공식적 발언이 무시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많은 글 작성 등은 대표로서의 권위가 떨어지게 보일 수 있다”며 “공식 대변인이 있는데 당 전체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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